크고 느린 태풍 ‘바비’ 이틀간 한반도 할퀸다… 26일 새벽 제주 상륙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태풍 ‘바비’가 한반도에 근접했다. 바비의 위력이 강하면서 이동 속도마저 느린 것으로 확인돼 피해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바비는 24일 오후 7시 기준 955hPa(헥토파스칼), 중심최대풍속 시속 144km(초속 40m)로 서귀포 남남서쪽 약 360km 부근 해상에서 북북서진하고 있다.

태풍 바비의 이동 속도는 시속 15km로 다소 느린 편이다. 지난 10일 제주를 통과한 제5호 태풍 ‘장미’의 이동 속도는 시속 40km대였다.

태풍의 속도가 느리면 피해가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례로 19호 태풍 솔릭의 경우가 있다. 솔릭의 이동 속도는 시속 4km에 불과했는데 당시 제주에서는 900mm 이상의 비가 쏟아지며 최대 강수량을 기록했다.

특히 이날 밤사이 제주도 전역이 태풍 영향권에 들 전망이다. 기상청은 태풍 바비가 이날 밤을 넘긴 26일 오후 3시 서귀포시 서쪽 120km 해상에 머물러 제주에 가장 근접하겠다고 내다봤다. 같은 날 오후 4시에는 제주시 서쪽 120km 해상까지 진출하겠다.

또 기상청은 이날 밤부터 제주에 최대순간풍속 초속 40~60m(시속 145~215㎞)에 달하는 매우 강한 바람이 불겠다고 전망했다. 초속 60m는 바람으로 가능한 모든 재난이 발생할 수 있는 위력으로 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철탑도 휘게 할 정도의 강도다.

아울러 이날부터 27일까지 사흘간 100~300㎜, 지형 효과가 더해지는 산지 등에는 50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리겠다고 덧붙였다.

바비는 제주도를 시작으로 27일까지 우리나라 전 지역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경보단계를 ‘경례’로 상향하고 비상 2단계를 발령한 상태다.

정부는 바람에 날릴 수 있는 시설물은 단단히 묶고 지난 호우 피해 폐기물, 선별진료소 등도 강풍에 대비해 선제적 안전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태풍의 이동경로에 있는 서해안의 경우, 양식장, 어망, 어구, 선박 등에 대한 인양 및 결박 등 조치, 만조에 대비해 해안가·하천변 저지대 점검, 양·배수장 가동태세 점검 등의 조치를 철저히 해줄 것을 강조했다.

진영 장관은 “발표한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챙겨봐 주시고 철저히 대비해 주시길 바란다”며 “특히 재난취약계층에 대한 안전대책과 인명피해가 없는 것이 최우선인 만큼 적극적인 사전조치와 인명피해 우려지역 사전대피 조치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