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 15명의 에티오피아 연수생이 새마을운동중앙회(중앙회)와 농촌진흥청(농진청)에서 주관하는 교육을 받았다. 사진은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에서 의식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농촌진흥청)

아프리카·동남아시아·중남미 등 개도국에 발전된 농업기술 전수
새마을운동중앙회, 정부 지원 벗어나 자립 가능한 교육이 목적

[천지일보=김두나 기자] “1일 교육 103개국 4만 7000여 명, 합숙교육 84개국 3041명.”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새마을운동교육’을 받은 외국인 연수생의 숫자다. 주로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유엔이 정한 최빈국의 마을지도자 등이 교육대상이다.

새마을운동중앙회에 따르면 과거엔 국가 정책 지원방향을 잡기 위해 고위 공무원이나 농업 관계자 등을 교육했지만 정작 농업발전을 위한 정책을 반영하는 데 미흡한 부분이 많아 최근에는 마을지도자를 중심으로 교육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15명의 에티오피아 연수생은 2박 3일간 새마을운동중앙회(중앙회)와 농촌진흥청(농진청)에서 합숙교육을 받았다. 이들이 받은 교육은 우리나라의 경제 부흥의 기초가 된 새마을운동의 정신과 선진 농업기술이었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는 유일하게 6.25 참전국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200달러인 최빈국이자 말라리아·에이즈·영양결핍 등으로 영아사망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다. GDP의 48%를 농업에 의존하고 있으며 85%의 인구가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농업국이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던 이들은 새마을교육을 매개체로 한국을 이해하고, 한국의 발전된 농업기술에서 ‘희망’을 찾는다.

새마을운동교육의 핵심 ‘의식’

새마을운동중앙회와 농촌진흥청은 지난 2월 15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개도국 새마을운동 전수 및 기술지원을 통해 시범마을을 육성하는 등 농업발전과 농촌의 복지향상을 위한 ‘농촌개발사업’에 상호협력 하기로 했다. 중앙회가 새마을운동 정신교육을 전담하고 농진청이 실질적인 기술 교육을 맡는다. 이들 교육기관이 꼽은 교육의 핵심은 ‘의식’이다.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 황창영 국제사회교육부장은 “외국인 연수의 핵심은 학문이나 이론이 아닌 정신교육이다. 운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감성교육, 동기부여 등을 통해 정신무장을 해서 내보는 게 목표”라며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지도자를 중심으로 주민들이 스스로 사업을 결정해서 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고 말했다.

이상재 농촌진흥청 국제기술협력과장도 “농업기술 교육을 받기 전에 의식이 먼저 깨어져야 배운 기술을 자국에 적용시킬 수 있다”며 “의식개혁 운동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마을운동교육은 크게 ▲경험 전수 ▲사례교육(70년대 활동 지도자, 새마을운동이 전파된 외국 사례 등) ▲영농교육 ▲현장견학 등으로 구분된다. 특히 의식교육의 일환으로 연수생들은 오전 6시에 기상해 조회를 하고 체조를 하는 등 40년 전 우리 새마을운동 그대로의 행동을 배운다.

주입식 교육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이같이 새마을운동방법을 배우고 나면 분임토의를 통해서 우리 마을에 어떻게 적용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한다. 각 지역실정에 맞는 영농방법을 개발하는 셈이다.

에티오피아 연수생들은 “한국의 발전된 농촌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으며, 연수를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이 자국의 농업과 농촌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황 부장은 “아프리카 몽골 네팔 등 여러 나라에서 매년 수천 명이 넘는 외국인이 새마을운동의 성공경험 스토리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며 “이들은 ‘새마을이 우리 희망’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새마을운동은 이제 지구촌의 희망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 시작한 새마을운동은 자조 자립정신을 바탕으로 한다.(사진제공: 새마을운동중앙회)

빌게이츠재단도 인정한 ‘녹색혁명’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 자선단체인 미국의 빌게이츠 재단이 농촌진흥청과 함께 아프리카 53개국 중 최빈국인 에티오피아의 식량안보와 빈곤퇴치를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아프리카 농업 생산성 향상에 힘을 쏟고 있는 빌게이츠재단은 녹색혁명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에 주목했고, 그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 농진청의 지도사업 노하우를 아프리카에 전수해줄 것을 제안했다. 농촌진흥청은 빌게이츠재단이 제안한 농업기술 전수와 전문가 파견․연수․훈련 등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농촌진흥청과 빌게이츠재단은 에티오피아 농촌지도의 비전 설정과 농촌지도전략 수립, 가축개량사업을 힘을 모아 함께 추진하게 된다.

빌게이츠재단이 구상하고 있는 전략 중 농업인 지향적 지도시스템, 농촌지도성과의 계량적 평가, 농촌지도사의 역량강화 부문에 농진청은 한국 녹색혁명의 핵심이었던 농촌지도 경험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빌게이츠재단의 소농을 통한 빈곤퇴치 해결 노력과 농촌진흥청의 ‘강소농(强小農) 프로젝트’가 결합해, 향후 아프리카의 빈곤·기아문제 해결을 대한민국이 주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는 ‘새로운 꽃’을 의미한다. 이번 아디스아바바에서 가진 에티오피아의 빈곤해결을 위한 빌게이츠재단과의 협력협의를 계기로, 농촌진흥청은 한국의 농업기술로 에티오피아에 ‘새로운 꽃’을 활짝 피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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