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레일 수도권동부본부 이신교 청룡봉사대 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직접 농사를 지어 거둔 쌀과 콩으로, 또 집을 수리해 주며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이 있다. 집을 새로 지어주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이 살면서 가장 불편해하는 곳을 고쳐주기 때문에 더 가치 있는 봉사를 한다고 전하는 청룡봉사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청룡봉사대는 지난 2008년 2월 양평 지역의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무료 집수리를 시작해 지금까지 4년째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코레일 수도권동부본부 청룡봉사대는 철도선로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78명의 대원으로 구성됐다. 양평에 본대가 있고 청량리 원주 덕소 장비팀 등으로 지대가 나뉘어 있어 각 지역에서도 자체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창립부터 지금까지 청룡봉사대를 이끌고 있는 이신교 대장에게 봉사대를 조직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그는 특별한 건 없다면서도 고등학교 때 성당에 다니면서 봉사활동을 열심히 했었다며 머쓱해했다. 지난해 3월 구둔역으로 일터를 옮긴 그는 선로유지·보수 선임관리장이라는 직위를 맡고 있지만 봉사대 대장이라는 호칭이 더 익숙한 듯했다.

청룡봉사대는 지난해 한국자원봉사자협의회 주최로 열린 제17회 자원봉사자 대축제에서 기업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청룡봉사대’라는 이름은 회사 내에서 공모를 통해 나온 직원들의 아이디어다. ‘좌청룡 우백호’라는 말에서 따온 것으로 청룡봉사대가 코레일 수도권 동부본부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동쪽을 지키는 봉사대’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게 이 대장의 설명이다.

◆직접 농사지어 나누는 쌀의 가치는 두 배

청룡봉사대는 ‘직접 농사를 지어 어려운 분들에게 나눠주자’라는 한 대원의 제안에 따라 양평군 내의 농지를 빌려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이 대장은 직원들 중에는 농사를 지을 줄 아는 사람이 많아 농기계도 이들에게 빌려 쓰다 보니 농사를 짓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2009년에는 양평군 용문면 일대 1만㎡ 면적을 빌려 콩을 재배했다. 여름내 가꿔 가을에 수확한 콩을 판매한 수익금은 관내 저소득 가구에 연탄비로 지원했다.

◆가장 불편한 부분을 고쳐주는 집수리 봉사

농사를 짓는 것과 함께 집수리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수리한 집이 58가구에 달한다. 2008년 중앙선이 철거되면서 양평역 근처의 집들도 철거하게 됐는데 당시 나온 건축자재를 활용해 몇몇 집을 수리하게 된 게 집수리 봉사활동의 시작이었다.

봉사대가 처음부터 집을 수리한 건 아니었다. 활동 초기엔 명절 때 어려운 분들에게 후원금을 전달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후원금을 받은 사람 중 한 분이 그 돈을 술값으로 사용하는 등 후원금이 봉사대의 의도와 다르게 쓰이는 것을 보고 이 대장은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방향을 바꿨다고 했다.

봉사대 대원들은 전기 건축 설비 토목 등 각 분야를 전공한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휴일도 반납한 채 양평 지역을 돌며 지붕 수리, 보일러 설치, 도배, 장판 교체 등 집수리를 하고 있다. 대원들이 모두 남자라서 서로 표현도 서툴고 무뚝뚝하지만 마음은 정반대라고 이 대장은 강조했다.

봉사대에는 나름의 봉사 원칙이 있다. 이 대장에 따르면 집을 수리하기 전에는 반드시 사전 조사를 한다. 왜냐하면 굳이 수리할 필요가 없는 집인데도 지원금을 받을 요량으로 신청을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수리를 위해 방문한 집에 가서는 절대 밥이나 간식 등을 먹지 않는다.

그는 “우리는 도와주러 간 것일 뿐”이라며 집주인이 밥을 하게 되면 반찬이나 간식도 사야 하기 때문에 결국 집주인에게 부담을 주게 되고 만다는 것이다. 그래서 밥은 물론 음료수나 필요한 물품 등도 모두 회비에서 충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원칙은 외부 후원금을 절대 받지 않는다. 의아했다. 대원들이 회비를 거둬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후원금이 반갑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 대장은 “청룡봉사대는 대원들이 거둔 회비 내에서 할 수 있는 수준의 봉사를 한다”며 “돈이 많이 모이면 이 수준을 넘게 돼 봉사대의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회비를 거둬서 연말에 남는 것 없이 다 써야 마음이 편하다”며 “돈이 남았다는 것은 결국 그만큼 일을 덜 한 것 아니겠냐”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한번 수리한 집은 후속 관리도 한다. 수리한 부분에 이상이 생겼다는 연락이 오면 가서 다시 봐준다는 것이다. 특히 겨울철 보일러 수리에 대해 그는 “시골 할머니들은 기름값 때문에 보일러 전원을 자꾸 끈다”며 “때문에 보일러가 얼어버려 고장이 나기 일쑤”라고 안타까워했다.

◆“가장 필요로 하는 걸 해결해 주는 게 진정한 봉사”

이 대장은 진정한 봉사와 나눔은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돈이나 물질은 두 번째라는 것이다. 이는 봉사대의 봉사 원칙 중 하나인 집수리를 하러 간 곳에서는 주인의 대접을 받지 않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이 대장은 설명했다.

그는 “집수리 봉사활동을 가면 대원들에게 잘 고치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최선을 다할 것을 주문한다”고 말했다. 잘 고치려면 전문 건축가가 새 자재를 구입해 고치면 된다는 것이다. 즉 잘 고치고 못 고치고는 둘째라는 의미다.

“불편한 것을 편하게 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죠”
화장실이 없으면 화장실을 만들어주고, 싱크대 망가졌으면 싱크대를 고쳐줘 생활하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해주는 것. 즉 그 사람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이 진정한 봉사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봉사대가 수리할 집에 가면 어떤 집은 수리하는 데 5일이 걸리고 어떤 집은 1시간 만에도 끝난다고 했다. 이렇게 볼 때 봉사는 물질과 관계가 적다는 공식이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그는 다문화 가정 지원 사업에도 관심이 많다. 이들에게 문화관광이나 어린이 체험학습 등의 지원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아직은 재정적인 여유가 없지만 조금씩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며 “지금 진행하고 있는 활동이라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 청룡봉사대 대원들이 직접 농사지은 벼를 추수하고 있다.(위쪽) 가장 주된 봉사활동인 집수리 하는 모습(아래쪽) (청룡봉사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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