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년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 교동초교의 올해 신입생 수가 7명이었다. 서울 중구교육지원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매년 초교 학생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곳은 서울시내 중심지인 종로구와 중구라고 한다.

분석 결과 도심에서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은 저출산과 도심공동화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서도 이들 학교는 작은 규모의 장점을 살리고 교육 내실화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개별 학교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어 교육당국의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방과후활동 지도 교사가 아이들이 영어공부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게임형식으로 지도하자 남산초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학교서 내 수준에 맞는 공부도 하고 바이올린도 배워요”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서울 도심 한복판인 명동 내에 위치한 남산초등학교는 학생이 감소하고 있는 소규모 학교 중 하나다. 학교 전체 인구가 200여 명으로 올해는 33명이 입학했다.

상업지구인 이곳은 도심공동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또 저출산 기조로 지난해 서울의 초등학생 수가 20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인 56만여 명인 것으로 나타나는 등 이 같은 환경적인 요소에 큰 영향을 받게 되는 도심 초등학교는 대부분 입학생이 줄고 있는 가운데 남산초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남산초교는 내실이 공고해 이 지역 일대가 아닌 일산이나 파주에서도 이곳으로 입학한 학생이 있다. 과연 어떤 소프트웨어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에 학부모와 학생들이 먼 곳에서도 오는 것일까.

지난달 25일 저학년 정규수업이 끝난 후인 오후 1시경 남산초교를 찾았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시끌벅적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중 나온 엄마를 제쳐놓고 학교 앞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도 있었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각자 자신의 시간표에 맞춰 활동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방과후활동 특기적성반에서 자신이 희망한 수업을 듣거나 학교수업 내용을 복습․보충하는 수업을 들었다.

이날은 특기적성 중 한 분야인 악기연습을 하고 있었다. 특히 남산초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공교육을 통한 악기수업을 하고 있어 전교생이 악기를 다룰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남산초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공교육을 통해 악기수업을 해 전교생이 악기를 다룰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1·2학년은 바이올린, 3학년은 피아노, 4학년 플룻, 5·6학년은 사물놀이를 주1회 전문 강사로부터 직접 지도받고 있다. 학생 개인별로 악기가 구비돼 있어 별도로 살 필요가 없다.

또 학력 신장을 위해서는 수준별 맞춤식 교육을 하고 있다. 특히 수준별 영어교육은 3단계로 나뉘어 있으며 영어퀴즈나 영어 동화 읽기, 영어 스토리텔링 대회 등의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올해 첫 시도되고 있는 특별활동도 있다. 지역사회의 공공·문화기관이나 시설 등을 통해 개발활동을 하는 것이다. 지역 일대의 문학의 집, 애니메이션센터, 전통요리학교 등과 같이 지역사회 기관이나 시설과 연계해 학생들이 보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요리사인 아버지 영향을 받은 김예진(11) 양의 꿈은 요리사다. 한창 해보고 싶은 것이 많은 때인지라 토요휴무일마다 동아리활동으로 한국전통요리에 참여하고 있다.

이는 남산초교의 토요 솔바람학교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김 양은 “특기적성으로는 ‘피아노’를 지목했는데 재밌다”면서 “바이올린이랑 플룻도 배웠다”고 뿌듯한 목소리로 자랑했다.

피아노반을 지도하고 있는 남정희 교사는 “중학교만 올라가도 입시 영향으로 국·영·수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따로 악기를 배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남 교사는 또 “요즘 같이 컴퓨터에 빠져 사는 아이들의 정서 함양에도 도움이 된다”며 “피아노 수업을 받은 후 집중력이 향상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특기적성반이 진지하게 진행되는 동안 다른 한편에서는 영어공부가 한창이다. 게임으로 진행되는 영어공부에 흥미를 느낀 아이들이 교사의 질문에 귀를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의사표현을 하고 있다.

정규수업의 보충공부를 지도해주고 있던 안지형 교사는 “아이들의 수준과 여건에 따라 공부를 가르치다보니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즐겁게 공부를 할 수 있게 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출석률도 높다”고 설명했다. 개별 맞춤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남산초교에서는 맞벌이 부부나 한부모 가정 등을 위해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8 to 9 돌봄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돌봄교실에서는 간식이나 간단한 식사가 가능하도록 구비돼 있다.

돌봄교실 담당 교사들은 학생들이 시간표대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지도해주고 있다. 학교 과제에 열중하고 있던 김지민(11) 양은 “학교에 발레부도 있어서 꿈을 키우고 있다”며 “발레로 상도 탔다”고 쑥스러운 듯 옅은 미소를 보였다.

이 밖에도 학습부진 학생이나 그 경계선에 있는 학생 등을 위한 향상반과 키움반은 저학년 위주로 주3회 1시간씩 진행되고 있다. 외국인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명동의 지역적 특성을 살려 다문화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소규모 학교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는 것이다.

변창환 남산초교 교감은 “지역사회와 연관되는 요소를 최대한 활용하는 한편 우리 학교만의 콘텐츠를 마련하기 위해 학교 전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며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 교감은 또 “도심공동화 현상에 따른 학생 수가 감소하는 문제는 ‘공동학구 구성’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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