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杨洁篪)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지난 23일 부산에서 외교 등 한중 간 현안문제 협의를 다뤘다. 그 결과가 청와대에서 발표된바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마련되는 대로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방한을 조기에 성사시킨다’는 내용이다. 코로나 정국에서 국내 현안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당장 중국 시 주석의 방한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친밀한 한중관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낭보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는 회담이 끝난 뒤 서훈 안보실장이 “충분히, 폭넓게 대화했다”는 말에서도 분위기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최근까지 국제 외교통 사이에서는 시 주석이 일본을 먼저 방문한다는 설이 나돌았는데 23일 회의에서 양제츠 정치국원이 ‘한국은 시 주석이 우선적으로 방문할 나라’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한 점에서 중국과 한국과의 친밀도를 알 수가 있다. 그동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등으로 냉각됐던 양국 관계가 해빙 무드를 타고 있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인 일이다. 한중 양측 외교라인이 고심초사한 부문은 특히 미중갈등이 심화된 상태에서 한국의 좁아진 입지를 어떻게 제대로 살릴 수 있는지가 문제였던바 이는 지난 2월과 4월에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과의 전화 통화한 사실에서도 잘 정리됐음을 알 수 있는 내용들이다.

특히 시 주석은 지난 2월 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좋은 이웃은 금으로도 바꾸지 않는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 3년간 양국관계가 크게 발전한 만큼 앞으로도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던바, 그러한 기대와 양국 우호의 결실이 연내 시진핑 주석의 방한으로 더 확실히 다져진다면 지금과 같이 남북관계가 진척되지 아니하는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와 세계평화에 기여하는바가 크리라 예상된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극단 대결로 치닫는 미중관계 속에서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이다. 한국을 방문한 양제츠 위원도 미중관계에 대한 현황과 중국 측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바, 그만큼 미중관계가 얽히고 설켜 복잡하다는 뜻이다. 현 상황에서 한중관계로 인해 전통적인 우방인 한미관계에서 그늘이 져도 안 된다는 건 분명하다. 그런 맥락에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협력하는 균형외교의 이원적 대응으로 외교 리스크 감소 전략도 필요하다. 어려운 상황에서는 ‘국제사회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 오직 국익만 있을 뿐’이라며 싱가포르가 내건 양면 전략, 균형외교를 추구하면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실리외교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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