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8.15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8.15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5

전 목사, 한기총 대표 사퇴

“테러로 고난당한다” 주장

지지자들 “文탄핵 힘쏟자”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전광훈 목사가 돌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에서 사퇴했다. 

한기총 소속 이은재 목사가 21일 늦은 오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녹음본에 따르면 전 목사는 “그동안 저는 대표회장이 돼 정관에 따라 애국운동과 한국교회부흥운동을 위해서 온 힘을 다 바쳐왔으나 외부의 불순자들의 강력한 테러로 고난을 당하고 있다”며 “현재 상태로 제가 대표회장직을 감당하기엔 너무 힘들기 때문에 대표회장에서 사퇴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취임 1년 7개월여 만에 전 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에서 내려오게 됐다.

전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 자리에 오른 건 지난해 1월이다. 전 목사는 지난해 1월 29일 개최된 제30회 한기총 정기총회에서 218표 중 121표를 얻어 95표를 얻은 한사랑선교회 대표 김한식 목사를 누르고 과반수로 당선됐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신임 대표회장 취임식에 참석한 전광훈 목사. (출처: 유튜브 캡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신임 대표회장 취임식에 참석한 전광훈 목사. (출처: 유튜브 캡처)

전 목사는 사랑제일교회 담임 목사보다는 청교도영성훈련원장으로 전국에서 집회를 개최하며 부흥사로 더 유명한 인물이었다.

특히 한 집회 설교에서 목회자들에게 “이 성도가 내 성도인지 알아보려면 젊은 여집사에게 ‘빤스 내려라, 한번 자고 싶다’고 해봐라. 그대로 하면 내 성도요, 거절하면 똥이다”라고 말한 사실이 논란이 됐고 교계에서 ‘빤스 목사’란 오명을 얻기도 했다.

그는 정치 쪽에도 꾸준히 발을 넓히며 2008년엔 기독교 정당인 기독자유당(현 기독자유통일당)을 창립, 선거 때마다 국회 진출을 시도해왔다.

이런 그에게 한기총 대표회장직은 전 목사가 교계를 넘어 정치적인 인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강력한 발판과도 같았다.

전 목사는 취임식에서 “한기총 대표회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국가의 해체를 막고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일”이라며 사실상 정치 행보를 예고했다. (관련기사☞‘칭송일색’ 한기총 회장 취임식… 부끄러움은 청중의 몫)

또 한기총 대표회장 취임 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는 “문 대통령은 간첩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지난 2019년 6월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지난 2019년 6월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이후 그는 한기총 대표회장 명의로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고 매 주일마다 광화문광장에서 ‘문 대통령 하야 대규모 집회’를 한기총 이름으로 개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청와대 인근에서는 6개월이 넘게 ‘광야교회’라는 이름의 노숙캠프를 열었고 문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기도회를 밤낮없이 열었다.

반정부 집회에 앞장서며 지지층을 두텁게 확보한 전 목사는 한기총을 내세워 지난 4.15 총선에서 자신이 만든 기독교 정당의 국회 진출을 노리기도 했다.  총선을 앞두고 전국 선거구를 공략하기 위해 전국 253개 선거구에 목회자를 위원장으로 배치하는 등 전면적으로 한기총의 정치세력화를 주도했다. (관련기사☞[단독] 정치세력화하는 한기총… 전국 253개 선거구에 목회자 ‘알박이’)

그가 한기총을 내세워 수많은 정치집회에 참여하는 동안 한기총은 분열됐고, 그의 계속되는 막말로 파문이 줄지 않자 그나마 한기총의 교세를 이어주던 침례교 등 대형교단들이 이탈하는 일도 발생했다. (관련기사☞한기총 진짜 해체되나… 침례교도 떠난다)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주최로 열린 ‘문재인퇴진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8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주최로 열린 ‘문재인퇴진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8

전 목사는 지난 4월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석방됐다.

하지만 올해 초 그의 한기총 대표회장 연임이 결정된 선거에 하자가 있다는 법원 결정이 나오면서 한기총 대표회장 자격이 정지됐다. 사실상 대표회장이란 껍데기만 갖고 있을 뿐 아무런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전 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 권한을 상실했음에도 한국교회 대표를 자처하며 석방 후 문 대통령과 정권을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8.15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8.15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중에도 “우리 교회는 방역을 잘 지키니 상관없다”며 교회 내에서 예배와 집회 등을 이어가 논란을 일으켰다. 

전 목사는 사랑제일교회 신도가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서도 8.15 광복절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고, 그 결과 사랑제일교회 신도와 광화문 집회 참석자 중에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정부와 여론의 비판을 받게 됐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23일 낮 12시 기준 841명이다.

이런 가운데 이미 직무가 정지된 한기총 대표회장에서 갑자기 사퇴한 것은 사랑제일교회 압수수색 등 전방위적 압박과 여론 비판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지지층의 결집을 도모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 목사의 “강력한 테러로 고난받고 있다”는 등 발언에서 이런 의도가 읽힌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선 “애국운동을 위해 더 힘을 모으자” “문재인 탄핵에 더 힘을 쏟으면 된다” 등 반응이 나오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에 대한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 도로에서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0.2.2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에 대한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 도로에서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0.2.24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