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을 강타하고 있는 민주화 바람, 이 거센 바람은 아마 필연적 현상으로 다만 때가 되어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이 작은 땅 한반도에는 51년 전 이미 민주화의 씨는 뿌려졌었다. 어쩌면 그 근원은 92년 전 일제 침략에 맞서 종교지도자들이 앞장서 분연히 일어섰던 3.1운동이었으며, 아니 태초부터 우리 민족에겐 부정과 부패와 거짓과 위력은 존재하지 않았었는지도 모른다.

51년 전 4월 19일 고귀한 젊은 피는 민주화의 홀씨가 되어 이 땅에 흩어지고 뿌려졌다. 그래서 4월은 유난히 아프다. 그리고 숭고하고 아름답다. 이제 우리는 그 결실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일제에 신음하던 시절 나라와 백성을 위해 숭고한 피를 흘린 광복군이 있었다면, 해방을 맞은 지 12년이 지나 참 자유와 민주의 의미조차 모르던 시절 다시금 참 민주와 자유의 의미를 일깨워 준 선각자요 선구자인 4.19희생자가 있다.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3.15 부정선거로 촉발된 의거는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4월 11일 마산 시위 때 행방불명되었던 김주열학생의 시신은 왼쪽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마산 앞 바다에 떠오르고, 모든 언론은 그 장면을 생생하게 취재 후 전국적으로 확대 보도했고, 이에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으며,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되었고, 결국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4.19혁명이며 민주주의 승리였다.

오늘날 우리가 그나마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며 자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1980년 5월 군부에 맞선 광주의거 또한 故 김주열이 태어난 곳, 노산(鷺山)이 낳은 ‘가고파’는 물론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찾던 청정 앞바다를 끼고 있던 마산에서 시작되었음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바로 이 4월에 또 5월로 가는 길목에서 마산을 나아가 마산 앞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소식은 3.1운동에 이어 또 만국평화회의가 열리는 헤이그에서 뜻을 이루지 못하자 분사(憤死)한 이준열사에 이은 또 하나의 불의에 항거한 사건으로 온 세계를 감동시키고도 남을 만한 대사건으로 세계사에 기록되고 있다.

이제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51년 전 젊은 피를 바쳐 일궈 낸 그 정신이 얼마나 계승되어 오늘에 이르렀는가 하는 점이다. 온전한 민주와 평화의 사상이 자신과 우리와 나라와 세계에 정착되었는지를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유족들이 반세기가 지나 당시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그들과 그 가족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힘으로 인해 나타나는 새로운 국론분열의 조짐은 미완의 민주요 평화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부끄러운 우리의 현실이며 자화상이다.

사과의 뜻을 전하는 측에선 마땅히 참회와 진정성 있는 진정한 사과가 돼야 할 것이며,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희생자 유가족들은 희생하신 분들의 숭고함을 기리는 차원에서도 선각자들의 뒤를 잇는 차원에서도 용서와 관용과 포용으로 받아들이는 용기를 주문하고 싶다.

이제 더 이상의 대립은 그만하자. 젊은 피의 대가로 얻어낸 민주주의에 몸담고 살아 온 우리는 그 피의 효력이 나타날 수 있도록 낡은 생각과 의식을 버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사상으로 거듭나고 무장하자. 이것이야말로 그들의 희생에 보답하는 참 길이며 우리의 도리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4.19 희생 영령들이 이 순간에도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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