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뉴시스] 조 바이든(왼쪽) 전 미국 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진행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후보로 공식선출된 후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조 바이든(왼쪽) 전 미국 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진행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후보로 공식선출된 후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암흑의 시절' 규정하고 트럼프 심판론 전면에…'트럼프 대 반트럼프'

'단합' 호소하며 무당파 넘어 공화당까지 구애…투표참여 총력전 예상

"4년 전 역전패 안돼" 절박한 인식…정책상 트럼프 대척점

'암흑의 시절을 끝내기 위해 반(反)트럼프 진영을 총결집하고 투표로 연결하자'

미국 민주당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11월 대선의 후보로 확정하기 위해 지난 17~20일(현지시간) 개최한 전당대회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바이든 후보는 20일 대선 후보 수락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기를 '암흑의 시절'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너무 많은 분노와 두려움, 분열'을 키웠다는 것이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사태에 상당 시간을 할애해 트럼프 대통령의 무능을 성토했다. 무책임, 남탓, 독재자 비위 맞추기를 비판하며 "증오와 분열의 불씨를 부채질한다"고 질타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을 '실패한 리더십'이라고 규정하고 "우리는 비극을 정치적 무기로 바꾸는 대통령을 갖고 있다"고 각을 세웠다.

선거전을 '트럼프 대 바이든'보다는 트럼프 심판론을 앞세운 '트럼프 대 반트럼프' 프레임으로 끌고 가려는 속내가 드러난 부분이다. 바이든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 '현상유지' 전략에 방점을 뒀다는 외신 평가가 많다.

이런 탓인 듯 바이든 후보와 민주당은 전대 기간 반트럼프 진영의 총결집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주목되는 부분은 '집토끼'인 민주당 지지층의 공고화와 무당층 유인을 넘어 공화당 지지층에게까지 손을 내밀었다는 점이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고(故)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부인 신디 매케인 여사 등 공화당계 인사들이 줄줄이 바이든 후보 지지 의사를 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전대 전부터 이미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관료들이 바이든 후보 지원을 위해 '43동창'이라는 조직을 꾸리는 등 보수 진영의 바이든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민주당이 여성, 청년, 소수 인종의 광범위한 연합체를 제시하면서 공화당과 무당파까지 환영하려는 이례적인 범위까지 나아갔다고 평가했다.

반트럼프의 총결집은 투표로 이어져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절박한 인식도 곳곳에서 묻어났다.

전대 기간 상당수 연설자나 출연자들은 이구동성으로 '30330'이라는 숫자를 외쳤다. 휴대전화로 이 번호로 문자를 보내면 유권자 등록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이 많이 등장했는데, 이는 민주당의 강점인 '지지층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이자 백인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이들의 투표율을 올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마스크 쓰고 손 맞잡은 바이든과 해리스[윌밍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왼쪽)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가 20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 센터 밖에 마련된 무대 위에 올라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마주 잡은 손을 치켜올려 보이고 있다.
마스크 쓰고 손 맞잡은 바이든과 해리스[윌밍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왼쪽)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가 20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 센터 밖에 마련된 무대 위에 올라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마주 잡은 손을 치켜올려 보이고 있다.

이런 인식은 단합과 화합이라는 메시지로 연결됐다. 전당대회 주제도 '하나 되는 미국'이었다. 4년 전 지지층 분열로 총득표수에서 이기고도 선거인단 확보에서 뒤져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반성의 산물이기도 하다.

진보의 대명사이자 바이든 후보의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을 비롯해 당내 경선 참여자들이 모두 등장해 바이든 지지를 호소한 것도 지지층 이탈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4년 전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연설자로 나와 올해 대선이 또 후회하는 선거가 돼선 안 된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투표하라"고 절절히 호소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민주당은 4년 전에도 승리의 자신감으로 전대를 끝냈다가 패배한 전례를 기억한다며 "바이든은 올해 이 이야기에 다른 결말을 내겠다는 결심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후보는 전대 기간 정책 구상을 자세히 밝히진 않았다. 이를 두고 정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지만 일부에서는 '선두 후보'로서 굳이 논란을 부를 필요가 없고 당내 다양한 정책 스펙트럼을 고려한 결과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다만 바이든 후보의 연설 저변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를 전면 수정할 것을 시사한 대목이 많아 대선 과정에서 치열한 정책 공방이 벌어질 수 있음을 예고했다.

바이든 후보는 코로나19 대응 방식의 대전환을 비롯해 의료 시스템, 인종 평등, 조세, 이민, 기후변화 등 굵직굵직한 정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척점에 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또 동맹, 우방과 함께하고 독재자에게 비위를 맞추는 시절은 끝났다면서 외교 안보 정책의 대전환을 공언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후보가 중도적 정책에 집중한다면서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향해 '급진 좌파' 꼬리표를 붙이려는 시도를 복잡하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바이든이 파벌화한 당을 단합하려면 온갖 종류의 지뢰에 직면해 있다"며 "바이든이 당의 리더에서 다양한 선거연합의 리더로 전환하기 위한 영리한 연설을 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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