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사랑제일교회 변호인단이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문재인 정권 가짜 방역계엄령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사랑제일교회 변호인단이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문재인 정권 가짜 방역계엄령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21

성북구에 부실 명단 제출해

교인 아닌 사람의 이름 섞여

전화 조사서 404명 ‘연락두절’

명단 가운데 550명 주소불명

교회측, 문 잠그고 조사 거부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사랑제일교회가 부실한 교인명단을 제출한 것에 이어 제출한 명단에 있는 이들 가운데 404명이 연락두절돼 논란이 일고 있다. 역학조사까지 막아선 교회 측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방역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1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 측은 최근 서울 성북구에 신도 4066명의 명단을 제출했다. 하지만 주소나 연락처가 제대로 기재돼 있지 않는 경우가 있었고 심지어 거짓으로 작성된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서울시는 해당 명단에 교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이름이 섞여 있고, 교인 숫자도 정확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제출된 명단 4066명 가운데 550명이 주소 불명에 전화도 받지 않았다. 시는 경찰 등 협조를 얻어 146명에 대해 소재지를 파악했다. 하지만 전날 낮 12시를 기준으로 404명이 여전히 연락두절 상태라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방역당국은 전날부터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의 정확한 명단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교회 측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당 교회와 관련해 급속도로 번지는 집단감염 고리를 끊기 위해 무엇보다 정확한 교인 명단을 파악해 조사를 하는 게 급선무인데도 교회 측에서 이를 막고 있는 것이다.

경찰과 방역당국이 해당 교회를 찾은 것은 전날 오전 10시께였다. 당시 교회 측은 변호사가 입회해야 한다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당국이 오후 5시쯤 다시 교회를 찾았을 때는 이미 교인들이 길을 막아 골목길조차 진입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3시간이 지나 오후 8시께 일부 역학조사관과 경찰관이 저지선을 뚫고 겨우 교회 앞까지 다가갈 수 있었으나, 20여명의 교인들이 밤새 통성기도를 하고 찬송가를 부르며 계속해서 골목길을 막아 교회 건물 안까지는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교회 측과 교인들은 압수수색영장을 요구하면서 문을 걸어잠그고 열어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10시간 넘게 대치했지만 방역당국은 아무런 소득도 없이 새벽 3시 30분쯤 교회를 떠났다.

[서울=뉴시스] 20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경찰들이 역학조사관들이 들어갈 통로를 만들고 있다. 2020.08.20.
20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경찰들이 역학조사관들이 들어갈 통로를 만들고 있다. (출처: 뉴시스)

방역당국이 진행한 이번 조사는 감염병예방법(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역학조사로 압수수색영장 등이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당국의 역학조사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방해하거나 회피할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교회 측과 교인들은 해당 조사를 거부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온라인상에는 사랑제일교회가 방역당국에 제출한 명단이 정확하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 관련자도 아닌데 연락을 받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 지식in’의 한 글쓴이는 ‘사랑제일교회에 관련이 없는데 코로나검사’라는 제목의 질문을 통해 해당 교회에 가본 적도 없는데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권고를 받았다며 다른 사람의 번호를 도용한 것에 대한 법적 조치를 할 방안이 없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자가격리 대상자가 돼서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명단에 적힌 사람이라도 관련이 없는 사람이면 조사해서 빼야하는 게 최소한의 예의 아닌가”라고 따져물었다.

또 다른 글쓴이는 ‘사랑제일교회 다녀온 적도 없는데 자가격리 통보받았어요’라는 제목의 질문을 통해 자신은 불교라며 교회를 다니지 않는데 검사를 받으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이같이 명단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교회 측은 오히려 당당한 입장을 보였다.

사랑제일교회 변호인단인 강연재 변호사는 이날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명단을) 총 15회에 걸쳐 제출했다”면서 “(서울시는) 명단이 900명뿐이라는데 현재 시점 교인인 분들 900명을 제출했다. 도대체 4000명은 어디서 나온거냐”고 반발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이미 수많은 명단을 제출했기에 일단 필요하면 추가자료를 내겠다고 했지만 (역학조사단은) 막무가내로 교회로 들어가야 한다고 요구했다”며 “법정에서 다투자고 했더니 서울시 공무원이 경찰에게 ‘진입 시도해’라고 하더라. 어떤 경우에도 경찰을 동원해 무고한 시민의 팔다리를 잡고 끌어낼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변호사는 “서정협 서울시장 직무대행을 폭력행위 처벌에 관한 위반으로 고소하겠다”며 “또 추가로 불법점거, 사유재산 침입으로도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 0시를 기준으로 사랑제일교회와 관련한 코로나19 환자는 56명이 추가로 확진돼 총 누적 732명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수도권이 686명으로 서울이 451명, 경기가 196명, 인천이 39명이며, 비수도권은 46명으로 파악됐다.

또 이 교회와 관련한 추가 전파로 인한 확진자의 발생 장소는 모두 19개소로 확인됐다. 이들 장소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총 100명이며, ‘n차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현재 총 168개 장소에서 역학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전광훈 목사의 변호인 강연재 변호사가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 목사의 성명서를 대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전광훈 목사의 변호인 강연재 변호사가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 목사의 성명서를 대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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