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복절인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가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복절인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가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5

서울행정법원, 광화문집회 집회금지명령 효력 정지 결정

주최 측 100명 신고하고 5000여명 밀집… 집단감염 발생

“집회 허가 판사 해임·탄핵” 청와대 국민청원 20만명 육박

추미애 “법 집행자, 공동선 감각 잃으면 시민사회 위험”

“헌법상 권리 집회·시위 자유, 원천 차단 어려워” 반론도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8.15 광복절 광화문 집회를 통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이어지자 집회를 허가하고, 집회를 이끈 사랑제일교회 담임 전광훈 목사를 풀어준 법원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무조건적으로 제한하긴 힘들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복절 집회가 열리기 전 서울행정법원은 서울시가 집회금지 명령을 내린 30건의 집회 중 2건에 대해 허가해줬다. 집회금지 효력 정지를 제기한 10건 중 단 2건만 허가한 것인데, 바로 민경욱 전 의원이 이끈 4.15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와 보수단체 ‘일파만파’가 신고한 집회 2건이다.

민 전 의원이 주도하는 집회는 중구 을지로입구역 인근에 3000여명 규모의 집회를 신고했고, 일파만파는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100명 규모를 신청했다.

◆행정법원 “집회 제한 위법 소지”

서울시의 집회금지 행정명령 효력을 정지하는 판결을 내린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박형순 부장판사)는 “집회 자체의 개최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이 사건 처분은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필요 최소범위 내에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위법하다고 볼 소지가 작지 않다”고 판단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광복절 집회로) 소요되는 행정력이 서울시가 감당할 수 없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거나 의료역량 또한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없을 정도로 넘어서서 소모된다는 사정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며 “이런 이유만으로 집회 개최 자체를 막아야 하는 절대적인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현시점에서의 코로나19의 수도권에서의 확산세, 집회 신고 장소의 유동인구, 집회 예상 참여 인원 등을 고려하면 집회에서 감염병 확산의 우려가 있음이 객관적으로 예상된다”며 “집회 명목으로 물리적인 거리를 가깝게 해 모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감염병 확산의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과학적으로 타당한 수단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는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8.15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8.15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5

◆5000명 밀집 집회서 집단감염 이어져

그 우려는 현실이 됐다. 100명이 온다고 신고한 집회는 5000명 이상이 밀집하는 대규모 집회로 열렸다. 그리고 전날 낮 12시 기준 18명이 광화문 집회 관련 확진자로 판명됐다.

당연하게도 사전에 집단감염을 막을 수 있음에도 그러지 못한 사법부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해당 재판부가 과거 했던 결정과 비교되면서 더 큰 비판을 불러오고 있다. 과거 박 부장판사는 지난 6월 아시아나항공 하청업체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의 옥외집회 불허명령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선 “감염병 확산의 위험성이 있다”며 기각한 바 있다.

적정선에서 확진자 수가 조절되면 5~6월엔 금지하고, 수도권 교회발 확진자 증가가 심상치 않던 지난 15일엔 도리어 허가했다는 점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행정법원은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의 경우 종로구청의 고시에 대한 집행정치를 신청했기 때문에 광화문 집회와 취지와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명했지만, 비판은 쉬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8.15 광화문 시위를 허가한 판사의 해임 청원’.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천지일보 2020.8.21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8.15 광화문 시위를 허가한 판사의 해임 청원’.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천지일보 2020.8.21

◆“기계적 표현의 자유, 수도권 시민 생명 위협”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8.15 광화문 시위를 허가한 판사의 해임 청원’엔 이날 낮 12시 기준 18만명 넘게 동의했다.

청원인은 해당 글에서 “100명의 시위를 허가해도, 취소된 다른 시위와 합쳐질 것이라는 상식적 판단을 하지 못하고 기계적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내세운 무능은 수도권 시민의 생명을 위협에 빠트리게 할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하는 사법부가 시위참여자 , 일반 시민, 그리고 경찰 등 공무원을 위험에 빠지게 한 판단에 해임 혹은 탄핵과 같은 엄중한 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를 보석으로 풀어준 것도 문제라는 시선이 많다. 전 목사의 경우 다시 집회에 참석할 가능성이 큼에도 법원이 지난 4월 보석 허가를 내줬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 집행자가 법이 지향하는 공동선의 방향 감각을 놓치고 길을 잃을 때 시민과 사회를 얼마나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뜨리는지 중대한 각성이 필요한 때”라며 일련의 사태에 대해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강화조치가 시행된 19일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 거리의 한 식당에서 방역업체 관계자가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강화조치가 시행된 19일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 거리의 한 식당에서 방역업체 관계자가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9

◆“외식쿠폰 등 방역 완화 분위기… 법원 예상 어려워” 주장도

하지만 헌법상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법원이 과도하게 제한하는 판단을 하기엔 어려웠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강신업 변호사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집회·시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며 “어떤 부분을 제한한다든지 그런 식으로라도 열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외식쿠폰을 만드는 등 방역조치를 상당히 완화한 상황에서 갑자기 (코로나19가) 퍼질 것을 예상할 수 있겠나”며 “같은 기간 민주노총도 집회를 했었다. 결과를 놓고 사법부를 비난하는 건 사법권 독립 침해”라고 강조했다.

실제 광화문 집회가 열린 날 인근 종각에서는 2000여명이 참석한 민주노총 집회가 열렸다. 이에 대해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민주노총 집회와 광화문 집회의 감염 위험도에 있어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위험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누구도 이런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헌법상 기본 권리를 두고 ‘원천 차단했어야 한다’ 이런 얘기를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이제는 전파 위험성이 커졌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규제는 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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