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유령처럼 떠도는 코로나19의 두터운 어둠을 뚫고 세계 골프의 미래에 찬란한 빛을 밝혀줄 샛별이 등장했다. 그 이름은 23세의 약관 콜린 모리카와이다. 모리카와는 지난 10일 샌프란시스코 하딩파크 골프장에서 열린 올 첫 남자골프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챔피언에 올랐다. 모리카와는 이번 PGA챔피언십 우승으로 타이거 우즈, 잭 니클로스, 로리 맥킬로이와 함께 역대 레전드 우승자 대열에 어깨를 나란히 했다. PGA챔피언십을 포함 벌써 1년 사이에 PGA 투어에서 3번이나 우승을 한 모리카와는 일약 당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골퍼로 자리잡았다. 1년 전 UC 버클리 캠퍼스에서 아마추어로 골프를 하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놀라운 성과였다.

그는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마치 자신의 앞날을 확신하는 듯 안도감과 함께 밝은 미소를 띄우며 우승트로피를 치켜들어 올렸다. 그는 타이거 우즈가 프로로 데뷔할 때인 지난 1990년대 중후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어린 나이, 출중한 경기력, 자신감으로 골프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기대주로 주목을 받은 것이다.

그는 이미 아미시절부터 될성부른 나무였다. 캘리포니아 LA에서 나고 자란 모리카와는 일본계 미국인이다. 부친 블레인 모리카와는 일본인, 모친 데비는 중국인이다. 하지만 부친이나 조부모가 미국에서 살아 일본어는 할 줄 모른다. 타이거 우즈가 아버지는 인디언의 피를 가진 흑인 혼혈이고, 어머니는 태국계 중국인으로 ‘흑백황색인종’의 혼혈아라고 스스로 밝혔듯이 모리카와는 아시아계 혼혈아라는 점이 닮았다.

대학 선수이던 2017년에 미국-영국의 국가 간 아마추어 팀 매치인 워커컵에 출전했다. 모리카와는 네 개의 매치를 모두 이겨서 미국팀이 19-7로 이기는 데 기여했다. ‘대학 4년 동안 매번 올 아메리칸에 선정됐다. 2018년 5월에 3주간 세계 아마추어 골프랭킹 1위를 지키기도 했다.

PGA 투어에 앞서 몇 번의 초청 대회와 예선전을 통해 출전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 퀄리파잉스쿨이나 2부 콘페리투어 파이널을 거치지 않고 비회원으로 나선 6개 대회만에 1부 투어 출전권을 얻었다. 일반 선수와는 다른 경로를 거치며 세계 최고의 미 PGA 정규 투어멤버가 된 것이다.

모리카와는 지난해 프로 데뷔한 이래 6번째 출전한 대회인 7월의 변형 스태이블포드 방식 베라쿠다챔피언십에서 트로이 메릿을 3타차로 제치고 첫승을 올렸다. 이후 1년 만에 워크데이채리티오픈에서 저스틴 토마스와의 연장전 끝에 2승을 올렸고, 다시 한 달여 만에 메이저에서 3승을 거두었다. 특히 모리카와는 PGA투어 데뷔 이래 22번의 대회에서 연속 컷 통과를 해서 역대 두 번째 긴 컷 통과 기록을 작성했다. 역대 최고는 25번의 최장 기록을 세운 타이거 우즈였다.

모리카와는 이번 PGA챔피언십에서 첫 이틀간은 1언더파 69타씩 두 번을 쳤고 주말 이틀에 펄펄 날았다. 3라운드 5언더 65타, 4라운드 6언더 64타 이틀 합쳐 11언더파를 기록했다. 마지막 날 6언더파는 102회를 맞은 이 대회 파이널 최소타와 동타 기록이다. 또한 처음으로 출전한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9번째 선수가 됐다. 특히 300야드에 가까운 드라이버샷을 핀에서 7피트 이내로 붙이며 환상적인 이글을 잡아냈다. 모리카와의 출중한 경기력은 메이저 대회가 3개월 늦게 열리고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의 그늘에 가려져 있다는 사실을 쉽게 잊게 했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골프 팬들은 그의 출현을 크게 반기고 있다. 앞으로 모리카와가 어떠한 가치를 만들어 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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