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교 대외교류 부총장. ⓒ천지일보 2020.8.19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교 대외교류 부총장. ⓒ천지일보 2020.8.19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교 대외교류 부총장
 

“미중 갈등 전방위적 확산 양상

패권 지위 둘러싼 각축전 치열

中, 한중관계 개선 시그널 보내
 

한국 주요 외교원칙 설정 필요

어느 한쪽을 택하는 전략 배제

北비핵화 관건은 美의지가 관건”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홍콩, 총영사관, 틱톡 등의 문제를 놓고 미중 갈등이 전방위적으로 격화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합리적인 애매모호한 외교 전략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교 대외교류 부총장은 지난 14일 천지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 같은 외교 전략을 제안했다. 우 부총장은 미중 갈등의 근본 원인에 대해 패권 지위를 둘러싼 각축전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중국을 자신들의 패권적 지위에 도전하는 세력으로 보기 때문에 응징해야 한다는 것으로 본다는 설명이다.

우 부총장은 “기존 패권국가 앞에 잠재적 도전세력이 나타나면, 패권국가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막으려고 하고 급기야 전쟁도 치르려고 한다”며 “과거에는 군사적 전쟁만을 얘기했는데, 지금은 무역전쟁, 환율전쟁, 관세전쟁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 20세기 ‘팍스 아메리카(Pax Americana)’의 패권적 지위를 구가해 왔는데, 지금은 미국이 흔들리고 있고 그 자리에 중국이 도전세력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미국은 응징해야 하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이로 볼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는 11월 대선의 재선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중국에 대한 응징·저지 노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비자 발급을 제한했던 중국은 지난 5일부터 현지 진출 기업의 주재원과 유학생 등에 대한 비자 발급을 재개했다.

이에 대해 우 부총장은 “중국은 2016년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배치 이후 제재 조치를 취해 왔는데, 특정시기를 빼고는 한중관계를 풀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그런데 우리가 이를 감지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미중패권 대립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 쪽으로 쏠리면 안 되기 때문에 중국이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구애를 전개하고 있다고 했다.

우 부총장은 “한국 기업인의 패스트트랙(신속통로)은 전 세계 국가 중 우리에게 제일 먼저 취한 조치”라며 “지난 1일 중국 칭다오에서 제24차 제24차 한중 경제공동위가 열렸는데, 중국이 코로나19 이후 다른 나라와 직접 만나 면대면으로 회의를 한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만큼 중국은 한국을 중시하고 있고, 한중관계 개선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왔다”면서 “하지만 우리가 중국의 부정적인 과거 이미지에 사로잡혀 (중국 시그널을) 읽어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어떤 외교적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우 부총장은 “애매모호하고 어정쩡하게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초일류 패권국가인 미국의 시대가 과거와는 달라졌습니다. 우리는 두 나라 사이에서 합리적인 애매모호한 외교정책을 펴야 해요. 예를 들어 대한민국의 주요 외교원칙을 설정해 놓고, 어떤 일이 생기면 주요 외교원칙을 전개한다는 걸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겁니다. 여기에는 ▲대한민국은 자유무역 및 시장경제 추구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긴밀한 협력 및 윈윈 추구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외교 전개 등이 있습니다. 중국 역시 쌍방 간에 대화를 통해 해결하길 원한다며 애매모호하게 대응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일인자가 아닌 국가들이 일반적으로 취해야 할 기본적인 (외교) 자세에요.”

우 부총장은 “화웨이 사태의 경우 화웨이가 미국의 국가 안보에 치명적으로 안 좋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자유무역과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입장이란 식으로 해서 미국 쪽에 붙어선 안 된다”면서 “다시 말해 초일강의 시대는 끝났는데, 어느 한쪽을 선택해선 안 되는 것이다. 그건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외교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를 두고 우 부총장은 “사안에 따라서 그렇게 할 필요는 있다”며 한중정상회담을 예로 들었다. 그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과 관련해 한중수교 기념일인 8월 24일이란 날짜를 찍어서 저한테 우리 정부에 전달해 달라고 했었는데, 정부가 미국 눈치를 보느라 미온적이었다”며 “오히려 대한민국의 안녕과 번영, 평화를 위해서라면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중정상회담은 오래 전부터 예정됐는데, 미국의 ‘G7+α(플러스알파)’ 문제로 시진핑 주석 방한 일정을 쳐다보지도 않다시피 했다”며 “오히려 중국에게 ‘G7은 우리 국민이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고, 우리가 게스트로 초청받는 것이기 때문에 일정을 조정할 수 없다’ ‘여기서 일정 조정이 끝나면 한중정상회담 일정도 조절하는 식으로 하면 어떻겠느냐’고 말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결국 미국 눈치를 보느라 숨죽이는 자세를 취하면 안 되고,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풀어나가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금주 방한하는 데 대해선 “가장 중요한 목적은 시진핑 주석 방한을 대비한 한국 측과의 협의를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선 미국의 의지가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우 부총장은 “근본적으로 미중 갈등이 있어도 비핵화를 하려고 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 비핵화의 핵심은 북한과 미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의지 문제다. 북한이 왜 핵을 개발하는가? 국가 안보의 두려움 때문”이라며 “미국이 북한을 비핵화하려고 한다면,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적인 조건을 내세우면서 대화하고 타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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