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휴가철을 맞은 1일 오후 서울역에서 승객들이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휴가철을 맞은 1일 오후 서울역에서 승객들이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

“휴가 온 호텔서 한 발자국도 안 나가고 지내”

“수도권 군부대서는 아직 휴가 제대로 못 나와”

“서울·경기 종교시설 확진자 폭증, 방만한 탓”
“정부가 해외 입국자 통제 좀 빨리 했으면”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김인우·손지하 인턴기자] “솔직히 휴가 기분은 안 나네요. 이동하는 것도 (사람들과) 모이는 것도 위축됐습니다.”

아내와 함께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휴가를 떠나는 김세윤(46, 남)씨는 17일 서울역에서 본지와 만나 이같이 말한 뒤 걸음을 재촉했다.

8월 중반을 넘어서며 점차 여름 휴가철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사람 많은 곳으로 휴가 가기도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특히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확산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천지일보는 코로나 상황 속 막바지 여름휴가철을 시민들이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50여일간의 장마가 끝난 17일 서울역에는 캐리어를 끌고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 가족과 함께 나온 사람, 연인과 여행을 온 사람, 휴가 나온 군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기차역이 신기한 듯 두리번거리며 부모를 따라다니는 아이들의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었다. 또 어떤 부모는 한 손으론 아기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론 캐리어를 끌고 바쁘게 기차에 올라탔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채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기차역에는 기차가 도착할 때마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땀을 흘리며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김씨도 그들 중 하나였다. 초등학생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불안하기도 하지만 다행히 지금은 방학 중이다. 김씨는 “(개학해도) 등·하교는 그대로 하고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라고 (자녀에게) 당부만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천지일보=손지하 수습기자] 막바지 여름휴가철을 맞은 17일 오후 서울역에서 승객들이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7
[천지일보=손지하 수습기자] 막바지 여름휴가철을 맞은 17일 오후 서울역에서 승객들이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7

대학생 김은정(22, 여, 경북 포항)씨는 서울에 와서 숙소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대부분의 시간을 호텔에서 해결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과외도 비대면으로 진행했다는 김씨는 “또 아예 (과외를) 그만둔 학생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현재 다니는 대학교도 다음 학기에 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할 지 비대면으로 할지 논의 중에 있다”며 “해외에서 오는 확진자 수가 많아서 빨리 (정부가) 입국 통제를 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바뀐 대학 풍경은 마음의 부담감을 늘리기도 했다. 친구를 만나고 집으로 복귀하는 신희정(가명, 20, 여, 성남)씨는 “출석과 시험을 과제로 대체하고 있어서 많은 과제가 생겼다”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코로나19로 대학교에 출석을 하지 않고 과제로 대체하며 시험도 온라인으로 보고 있는데 부정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도 말했다.

휴가를 나온 군인도 있었다. 정진한(가명, 21, 남)씨는 본가가 지역에 있지만 먼저 서울에서 시간을 보낸 뒤 본가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그는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로 인해 수도권 근처에 있는 군부대에서는 아직 휴가를 못 나오고 있다”며 “시민들이 감염 예방 수칙을 더 잘 지켰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휴가철을 맞은 1일 오후 서울역에서 승객들이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휴가철을 맞은 1일 오후 서울역에서 승객들이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

코로나19는 시민들의 직장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역에서 매표를 위해 기다리고 있던 한 40대 가정주부는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남편이 휴직을 해서 집에서 놀고 있다고 밝혔다. 

또 IT계열에 종사하는 진시연(가명, 35, 남, 대전)씨는 “코로나19 이후 회사가 어려워져 연봉을 맞춰줄 수 없다고 해 이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과 경기의 일부 교회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 대해 진씨는 “종교시설에서 많은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방역을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겠다”며 “신천지는 처음이라서 실수라고 할 수 있지만 이번은 2번째라서 너무 방만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많은 확진자가 나왔지만 코로나 방역지침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초창기였던 지난 2~3월에 비교할 때 현 시점에서 교회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난 건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시민들이 조금 방심하고 있다는 점은 서울역의 한 제과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을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이 아르바이트생은 “코로나19 1차 유행 때보다 장사가 잘 된다”며 “그때에 비해 훨씬 사람들이 많이 서울역을 찾는게 보이지 않느냐”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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