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문식 기자] 4.2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한·EU FTA 비준동의안 부결 논란이 불거지면서 한나라당이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재보선을 겨냥한 일종의 수싸움에 휘말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표결에 부쳐진 한·EU FTA 비준동의안은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의 기권과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당시 민주당 김동철 간사는 “민주당이 한·EU FTA에 반대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하면서도 “축산 농가의 부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문제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찬성할 수 없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렇듯 민주당은 반대할 의사가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그 복심에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파다하다. 즉, 민주당이 한·EU FTA에 전격 반대할 경우 따를 수 있는 비난을 비껴가면서 부결된 책임은 한나라당에 돌리려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나라당이 실제로 강행처리를 시도할 경우 악화될 민심이 재보선 표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강행처리를 내심 바란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분석에 따르면 결국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강행처리라는 덫을 놓은 셈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이 덫을 피하기 위해 마냥 시간을 끌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그동안 번역 오류로 지연된 한·EU FTA 비준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번 4월 국회에서 우선적으로 처리하길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통위 위원장인 남경필 의원도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당론에 따라 어떻게든 한·EU FTA 비준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민주당이 의도적으로 반대할 경우 상임위 통과를 강행할 수 없는 처지다. 재보선에 미치는 영향도 문제지만 남 의원 본인도 “몸싸움을 하지 말자”는 국회 모임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강행처리에 반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민주당과 충분한 대화와 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민주당이 합의해주지 않을 경우 논의가 계속 겉돌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같은 맥락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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