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국회 여당 중심 최고이자율 연 10% 낮추는 개정안 발의

대부업계 초비상… 전문가들 “업계 생리 전혀 고려않는 무책임”

천지TV 경제분석 프로그램 ‘이인철의 경제인사이트’ 6회, 12회차 내용을 반영했다.

-핵심요약-

◆최고금리 인하는 도리어 서민에 악영향

여당이 법정 최고금리를 10%로 인하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하자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업계 생리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최고금리를 인하할 경우 대부업체들의 적자운영과 함께 사람을 가려서 받기 때문에 서민들은 대출이 막혀 결국 불법사채시장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대부업법 오랜 진통 끝에 2002년 제정

모든 사금융을 양성화하기 위한 첫 시도는 1964년 법안이 국회 상정까지 됐으나 실패했고,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과 함께 다시 시도했으나 정치권의 반발로 실패로 돌아갔다. IMF 외환위기 이후 이자제한법이 폐지되면서 피해가 발생하자 마침내 2002년 제정하는 데 성공했다.

◆서민들은 이자보단 당장 대출이 필요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빌리지 못한 사람한테 고마운 것은 돈을 빌려주는 것이지 금리를 낮춰준다고 하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크다. 이해당사자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들어보고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지난달 초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법과 대부업법 심의대상 140건 중 17건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개선사항에는 추진 불법사금융업자 불법이득 제한, 신종 무등록영업 규율근거 보강, 서민금융기관 사칭광고 시 처벌근거 신설, 대부이용자의 권리 보장 확대 등이다.

이런 가운데 여당에서는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려는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외 10명은 법정 최고이자율을 연 10%로 낮추고,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대부업법·이자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과 대부업계에서는 비상이 걸렸고, 업계 생리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002년 대부업법이 시행된 이후 대부업계는 새로운 국면을 마주하게 됐다.

현재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에는 법정 최고금리가 각각 연 27.9%, 연 25% 이내로 명시돼 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대통령령을 통해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로 제한했다. 금융소비자에게는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업체 입장에서는 조달하는 금리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적자운영의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상환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신용이 높은 사람 위주로 대출을 가려 받는 역효과가 나타난다. 이는 결국 대부업체에서도 대출을 받지 못한 저신용자 취약계층들이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사금융 양성화 역사

사금융을 양성화 한 역사를 살펴보면 일제강점기부터 상호부금형태의 무진회사가 성행했다. 곧 무진회사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계(契)’ 모임이 확장된 형태였다. 1962년 한국무진과 중앙무진을 합병해 국민은행으로 출범한 것이 사금융을 양성화 한 첫 작업이었다. 그리고 1963년 박정희 대통령이 취임하고, 1964년 8월 정부입법으로 ‘대금업 단속에 관한 법률’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다. 곧 대부업체들을 제도권으로 들어오게 하려는 것이었다.

현재는 대부업이 등록제로 됐는데, 당시에는 신고제와 최고금리를 제한하려는 법안이었다. 월 이자율 7%와 연이율 84%를 넘지 말라는 내용도 포함된 법안이었는데 박 대통령 취임 8개월 만에 국회에 법안 상정만 되고 논의조차 되지 않으면서 임기만료돼 폐지됐다.

1960년대까지 이렇다 할 금융시장이 없었던 국내 시장에서 서민금융 시장을 주름잡은 것은 무진회사와 상호금고 등이었다. 1972년 8월 3일 사채동결 조치와 함께 사금융 3법이 제정된다. 이에 어음할인을 통해 기업에게 단기자금을 공급하는 기업금융을 대상으로 하는 단자회사와 개인금융을 대상으로 하는 무진회사가 상호신용금고로 바뀌었고, 도시영세민 및 농어민의 상부상조를 위한 신용협동조합이 설립됐다.

1982년에는 이철희·장영자 어음 사기사건 이후 사채시장 정비를 위한 조치가 마련됐고, 83년 이후 설립된 신용금고는 개인의 참여만 허용하고 법인은 배제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1994년에는 1964년 이후 30년 만에 모든 사금융을 양성화하기 위해 대부업법을 재차 제정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1993년 금융실명제가 시행되면서 이를 완성하려는 차원에서 대부업법 제정이 추진된 것. 1995년 공청회도 개최되는 등 활발한 논의가 있었지만 그간 숨어서 움직이던 정치자금의 흐름이 투명해진다는 점 때문에 정치권의 반발로 국회 제출조차 되지 못하고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중구의 저축은행 대출창구 모습 ⓒ천지일보 2019.6.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중구 저축은행 대출창구 모습 ⓒ천지일보DB

◆외환위기 후 피해 커지자 대부업법 제정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기중금리는 급등했고 이자제한법까지 폐지되면서 사금융 폐해가 커졌다. 1998년부터 일본계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개인신용평가 시스템을 갖춘 일본의 대금업 경영기법을 바탕으로 소액 신용대출시장이 팽창했다. 은행창구처럼 창구에서 심사를 통해 대출을 해주는 영업방식까지 체계적으로 갖춘 일본계 대부업체들을 국내업체들이 따라가기 힘든 상황이기도 했다. 소액신용대출 사채시장은 이자율이 연 100% 정도까지 되자 서민들의 피해도 급증했다.

2001년 금융감독원이 ‘사채피해신고센터’를 설치하면서 사채로 인한 피해가 상당히 심각한 것으로 파악되자 모든 사금융을 양성화하기 위한 대금업법(현 대부업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됐다. 2001년 대부업협회(현 한국대부금융협회)기 출범해 대부업법 제정 의견을 제시했고, 그 결과 오랜 숙원 끝에 2001년 6월 정부입법으로 상정됐고, 2002년 7월 31일 본회의를 통과해 10월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대부업협회도 2003년 재경부 산하 사단법인체가 되면서 대부업체들도 제도권 안으로 점점 들어왔다. 그러나 정부는 규제에만 초점을 맞춰 계속 촘촘하게 대부업체들을 규제하고 옥죄다 보니 부작용이 나타났고, 이는 결국 서민들한테 고스란히 돌아오는 결과를 초래했다.
 

◆법정금리 인하는 서민에게 오히려 독이 돼

당시 대부업을 제정하는 데 기여했던 김명일 서민금융연구원 이사(전 대부업협회 사무총장)는 “대부업체 대출은 절차가 복잡하지 않고 빨리 대출이 된다는 측면에서 은행에 가도 빌릴 수 있는 사람도 일부 이용할 정도로 이 같은 수요들을 대부분 대부업체들이 충족시켜 왔다”면서 “그러나 정부가 금융소비자들을 위한다고 이자금리를 낮추고, 불법 사채시장을 잡는다고 결국 대부업체들을 계속 때리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역시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 정부가 강도 높은 규제를 하게 되면 결국 불법 사금융만 살아남아 오히려 서민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조 원장은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빌리지 못한 사람들한테 당장 고마운 것은 돈을 빌려주는 것이지, 금리를 낮춰준다고 하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서 이에 “정책당국이 최고금리를 조정할 때는 이해당사자들이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들어보고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부업체들은 법정금리를 27.9%에서 24%로 인하하고 나서 많은 업체들이 적자운영이 나거나 운영을 그만두는 것을 고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작년 10월부터 2개월간 실시한 설문조사(유효응답자: 금융이용자 22,179명, 대부업체 570개사)에 따르면 법정금리 인하 이후 30%이상의 대부업체가 대출을 축소하고 있고, 그 이유로는 69%가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대부업체 중 37%는 적자를 보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대부업체로부터 조차 대출이 거절돼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 금융수요자도 작년 한 해 최대 19만명(3.3조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평균 2개의 불법 사금융업자와 거래하며, 법정이자율을 초과하는 경우는 사금융 이용자의 62%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될 경우 대부업체들은 적자운영이 나고 부실채권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 이에 대한 개선이 요구되는 끊임없이 나왔다. 그럼에도 이번에 여당이 최고이자율을 연 10%로 인하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김명일 이사는 “대부업계에서 제일 힘든 것이 제도의 예측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어느 정도 예측이 되면 거기에 맞춰서 사업구조를 변화시킨다던지 할 여지가 있는데, 언제 금리를 또 낮출지 몰라 늘 불안해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 소규모나 중소업체들은 이 사업을 언제 접을까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하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출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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