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출처: 뉴시스)

中, 美반중노선 강화 움직임 속 우군 확보 관측

전문가 “돌발변수 없다면 연내 방한 가능성 높아”

“정부, 미중 양측 활용한 스마트한 외교 필요한 때”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양제츠(楊潔篪)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이 이르면 이번 주 한국을 찾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 가능성도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양 정치국원의 이번 방문이 시진핑 주석의 방한 일정과 의제를 논의하는 동시에 미국의 반중(反中) 노선 확대에 맞서 우군 확보를 위한 포석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일단 시 주석의 방한이 성사된다면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악화된 한중관계 정상화라는 측면에선 환영할만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을 계기로 미중 갈등이 날로 격화하는 상황인지라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中양제츠, 이번 주 방한 물밑 조율

16일 외교가에 따르면 한중은 빠르면 이번 주 양 정치국원이 방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중 외교당국 모두 방한 여부는 물론 일정에 대해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지만, 관련 사실을 부인하지도 않았다.

앞서 지난 5월 한중 정상 간 전화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중 관계를 위해 시 주석의 방한은 중요하다”고 했고, 시 주석은 “올해 안에 방한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은 시 주석의 방한과 관련해 “이달 중 한중 외교 당국자 간 일정을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양 정치국원은 지난 2018년 3월 시 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해 문 대통령을 접견하고 북중 정상회담 결과와 한반도 비핵화 해법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후 같은 해 7월에는 극비리에 한국을 찾아 당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남북관계 및 한중관계 현안을 협의하고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방한 일정과 목적이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사전 조율 성격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또 남북관계, 북미정상회담 재개 등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뿐 아니라 지난 2016년 사드 배치로 악화된 한중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논의와 최근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한중협력관계를 재확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양 정치국원이 방한하면 문 대통령은 물론 카운터파트인 서훈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국정원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 새 외교안보라인과 상견례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수근 중국 산동대 교수는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시 주석의 연내 방한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우 교수는 “돌발변수가 문제다. 우선은 미국이 기를 쓰고 방해할 것이고 다른 하나는 코로나19 상황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새 외교안보라인이 미국을 넘어설 수 있을지가 관건이고, 여기에 정부 당국이 방역관리에 힘써 코로나 확산세를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박완희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 2018.3.30
[천지일보=박완희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 2018.3.30

◆시진핑 6년만 방한… 한중 논의 관심

시 주석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7월 국빈 방한했다. 이후 문재인 통령이 지난 2017년 12월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바 있다. 이번에 시 주석이 한국을 찾을 경우 6년만이 된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잦아들지 않은 데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있을 시 주석의 방한인지라 어떤 전략적인 함의가 밑자락에 깔려있는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시 주석이 한국을 찾는 것은 코로나19 사태를 성공적으로 관리했다는 대외적 과시와 함께 미국의 반중전선 강화 저지를 위해 한국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경우 우리 정부 입장에선 되려 난감한 상황을 맞을 공산이 크다는 건데, 다시 말하자면 미중 간 민감한 현안에 대한 양자택일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간 미중은 코로나19 책임론에 이어 홍콩보안법 제정, 대만 문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신장위구르 인권 탄압 논란 등을 두고 전방위적으로 충돌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최근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한 데 이어 호주 등 동맹국들과 반중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호주산 소고기 일부를 수입 금지하고, 캐나다, 영국과 형사 사법 공조 조약을 당분간 중단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우 교수는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의 반중전선에 동참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도가 맞다”면서 “우리 정부 측에 당근을 주면서 줄세우기를 요구할 수 있다. 당연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현실을 무시할 순 없지만 언제까지 미국만, 언제까지 중국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인데다가 현 상황에선 미국도 중국도 우리 측을 압박하고 나설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 교수는 “정부로선 우리의 몸값을 높이는 외교, 나아가 미중 양측을 모두 활용하는 중견 강국의 스마트한 외교가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실제 한중 정상이 마주앉는다면 코로나19 방역 성과를 공유하고, 코로나19로 위축됐던 한중 경제·인적 교류 정상화 방안을 적극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중은 지난 5월 경제 활동에 필수적인 기업인의 입국을 위해 입국 절차 간소화 방안을 처음 제도화했으며, 최근에는 유학생과 취업자들에 대한 비자 발급도 확대했다. 이 같은 논의 과정에서 중국이 그 속내를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우리 정부의 대응도 주목되는데, 특히 관심사인 남북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협력 사업의 진정성을 전하고, 대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공통의 인식을 끌어내는 등 중국의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 교수는 “현실적으로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얘기들이 오갈 것이고 우리 정부가 관심을 가질만한 그런 얘기가 나올 것”이라면서 “경색돼 있는 남북관계 돌파구 마련 차원에서 방역물품이나 수해 지원 등을 중국을 통해 할 수 있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9.12.23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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