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한의사협회 소속 의사들이 14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열린 집회에서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료 의사증원 반대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한의사협회 소속 의사들이 14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열린 집회에서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료 의사증원 반대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4

서울·5개 권역 의사들 2만 8천여명 여의도에 모여

주최 측 “의사소통 어려워 마스크 쓰지 않겠다”

“의료계의 등에 칼을 꽂는 정부의 독선에 분노”

의대 증원 철회 않으면 26∼28일 2차 파업 진행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에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의사를 보이며 14일 집단 휴업(파업)에 돌입했다.

의협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앞에서 의료계 집단휴업(파업)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집회에 참석한 의료 관계자들은 ‘계속되는 의료인 폭행 안전대책 수립하라’ ‘무분별한 비대면진료 국민건강 무너진다’ ‘의무복무 강제전공 전문가가 노예인가’ ‘내외산소 필수의료 의학근본 대변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덕분에로 기만말고 존중부터 실현하라’ ‘모든 의사 함께하여 국민건강 지켜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 참석한 의사와 의료계 관계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빼곡히 모여 앉아 ‘투쟁’이라고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은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이유로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집회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궐기대회에는 자체적으로 집계한 결과 서울과 5개 권역에서 총 2만 8천여명이 참여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대회사에서 “정부는 어떠한 논의도 없이 ‘4대악 의료정책’을 기습적으로 쏟아냈다”며 “하지만 정부는 기만적인 회유와 협박만 일삼았을 뿐 우리의 요구를 여전히 묵살하고 있다”며 “이에 우리 13만 의사들은 이처럼 의료계의 등에 칼을 꽂는 정부의 독선에 분노했다. 정부에 다시 한 번 철폐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오늘 총파업은 하루에 그치지만 책임 있는 답변을 정부가 내놓지 않는다면 이달 26∼28일 3일에 걸쳐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을 단행한 후 무기한 파업으로 이어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의협은 ▲졸속 의대 정원 확대 계획 즉각 철회 ▲공공의대 설립 계획 철회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철회 및 필수의료에 건강보험 재정 우선 투입 ▲비대면 진료 즉각 중단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민관협력체계 구축 운영 등 국가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 등 5가지 사안을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 1일 독단적인 4대악 의료정책 철폐를 위한 대정부 요구사항을 제시했으며, 정부가 12일 정오까지 책임 있는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14일 전국의사 총파업을 단행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대로에서 열린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료 의사증원 반대 집회에서 대회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대로에서 열린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료 의사증원 반대 집회에서 대회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4

하지만 정부는 의료계와 대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도 원안 추진이 불가피하다며 사실상 의협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백진현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회장은 “이번에 물러난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은 이임사에서 ‘의대 정원 확대는 어느 순간 결정된 것이 아니며 1년 가까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부처(복지부)와 토의해 내놓은 것‘이라 했다”며 “이분은 보건의료 기본법도 모르는 것 같다. 모른다면 기본도 모른 것이요, 안다면 법이 필요 없이 자기신념이 강해 법을 무시하고 밀실 정책을 만든 것이라 할만 하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의학 교육의 긴 세월에 1년이 늦어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정책 결정이 더 큰 문제”라며 “기존의 발표를 전면 백지화하고 진정성 있게 의학 교육계와 의사의 종주단체인 의협과 협의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도 “정부는 막무가내식 정책 추진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현재 부족한 것은 의사의 숫자가 아니라 제대로 된 정책이 부족한 것”이라며 의료진들의 뜻에 함께했다.

대한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이날부터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하는 방안을 공식 논의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현재 의대생들은 이달 7일부터 이날까지 수업과 실습에 참여하지 않고 전면 거부 의사를 보였다.

조승현 의대협 회장은 “정부가 재논의에 대한 입장표명이 없을 경우 무기한 수업·실습을 거부하고 동맹 휴학을 불사할 것”이라며 “이날부터 논의된 국시 거부는 벌써 전체 응시자의 50%에 육박한 인원이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교과서 사는데 십 원 한 푼 보태준 적 없는 정부가 이제는 의사들 보고 ‘공공재’라 부른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어떤 분야든 손만 대면 엉망진창을 만들어 놓는 정부에게 세계최고수준의 대한민국 의료만큼은 제발 건드리지 말라고 명령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박 회장은 “파업을 하면서도 병원에 남아 묵묵히 환자곁을 지키는 사람은 ‘선배 의사들’인데 정작 정부는 자신들이 대체인력을 준비했다가 ‘투입’했다고 얘기한다”며 “정부가 이 정도로 새빨간 거짓말을 생각 없이 내뱉을 줄 몰랐다면 저희가 너무 순수했기 때문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날 궐기대회는 서울과 부산, 전남, 대구, 대전, 제주 등에서 동시에 개최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4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료 의사증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린 가운데 페이스쉴드를 착용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4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료 의사증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린 가운데 페이스쉴드를 착용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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