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核회담 성사될 듯..北 이르면 금주중 반응
北태도 따라 유동적..'천안함ㆍ연평도' 분리 주목

(서울=연합뉴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방한 이후 한반도 정세가 매우 미묘한 흐름에 접어들고 있다.

전반적으로 정세의 중심축이 대화국면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한미와 북중이 서로 전략적 우위를 선점하려는 '기싸움'을 전개하면서 정세의 유동성이 한껏 높아진 국면이다.

일단 클린턴 장관의 16~17일 방한은 6자회담 재개 수순과 조건을 둘러싸고 한미와 북중이 서로 '공'을 주고받는 핑퐁게임이 일단락되는 의미를 갖는다.

크게 보면 우리 정부가 당초 제안한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북미대화→6자회담'의 단계적 접근안을 북중이 수용, 3단계 재개론으로 재정리해 다시 한미에 제의하고 한미는 이를 조건부로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단계적 대화재개의 '형식'은 동의하면서도 '내용'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 제시를 전제조건화한게 한미의 대응기조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정세 흐름은 대화국면으로 가면서도 단계별로 풀어야할 전제조건들이 복병처럼 도사린 '제한적 대화국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현 정세 흐름을 견인하는 두개의 힘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 1월 정상회담에서 대화국면으로 방향키를 잡은 미중의 'G2(주요 2개국) 컨센서스'가 큰 흐름을 이끌고 있지만 각론에 들어가서는 북한의 태도변화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한국 정부와 이를 "전적으로 지지"(고위당국자)하는 미국의 입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이르면 금주중으로 남북 비핵화 회담을 정식으로 제안해올 경우 최초로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이 성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향후 국면의 실질적 진전은 북한이 어느 정도 태도변화를 보이느냐가 관건이다.

한미가 요구하는 비핵화 선행조치 목록 가운데 북한이 일부라도 상징적 조치를 취한다면 상황은 급진전될 가능성이 있다.

비핵화 선행조치는 최근 러시아가 공개한 ▲북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중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중지 ▲영변지구 우라늄 농축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들의 접근이 주를 이루고 있다.

관전포인트는 천안함ㆍ연평도 사과와 6자회담 재개의 연계 여부다. 우리 정부는 천안함ㆍ연평도 사태 사과가 회담재개의 전제조건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연관적 관계라고 설명하고 있다.

두 사건에 대한 북한의 '결자해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정부 최고위층의 의지가 실려있어 '사실상의 조건'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남북 비핵화 회담에서 천안함ㆍ연평도 이슈가 의제화될 개연성이 있지만 주변국들이 느끼는 '체감도'가 다르고 자칫 6자회담 재개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상을 소지도 있다는 점에서 두 이슈가 분리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미 천안함ㆍ연평도 문제는 지난 2월 남북 군사 실무회담에서 다뤄진 적이 있어 군사대화 채널을 계속 활용할 것이라는 얘기들이 나온다.

천안함ㆍ연평도 문제가 분리되더라도 남북 비핵화 회담이 서로 일방적 주장만 오간 채 성과없이 결렬될 경우가 문제다. 회담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매우 미묘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6자회담 조기 재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중국과 북한은 3단계안을 근거로 '북미대화'로 가자는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지만 우리 정부는 비핵화 성과가 없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전략적 방향설정이 정세흐름에 중요한 풍향계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현단계에서 한미동맹을 최우선적 기준으로 삼아 우리 정부의 입장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있으나 회담재개 흐름이 남북대화에 막혀 '공전'할 경우 마냥 기다리는 전략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틀 속에서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크고 북한 UEP를 이대로 방치할 경우 추후 외교적ㆍ정치적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에 따라 외교가에서는 남북대화가 교착국면을 보이는 상황에서 북미간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미국 오마바 행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대북식량 지원 문제는 접촉의 매개가 될 수 있다. 오는 26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도 전반적 분위기를 바꿀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정부로서는 남북대화를 고리로 북한의 태도변화를 조속히 견인해내면서도 북미대화의 속도에 뒤쳐지지 않도록 치밀한 외교적 대응을 꾀해야할 처지에 놓여있다.

자칫 남북대화가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북미대화가 앞서갈 경우 외교적 '레버리지(지렛대)'를 놓치고 향후 6자회담 재개 논의과정에서 주도력이 약화되는 딜레마적 국면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미가 최근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해내기 위해 남북대화와 북미대화를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을 구상 중인 것도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6자회담 재개 흐름이 일단 새로운 물꼬를 트고 있지만 남북미중의 복잡한 전략적 함수관계를 풀어야하는 '고차원 방정식'이 되고 있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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