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국면 이후 첫 역전 양상
이낙연 “국민 마음 헤아리는데 부족”
“당 나아갈 방향 진지하게 고민할 때”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미래통합당에 역전을 당한 데 대해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 자성론이 분출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10~12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7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통합당이 전주 대비 1.9%p 오른 36.5%, 민주당은 1.7%p 내린 33.4%를 기록했다.
양당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3.1%p이다. 보수 정당이 민주당 지지도를 앞선 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처음이다.
이를 두고 정부 여당의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한 반면 통합당의 좌클릭 행보가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 대표 후보들과 차기 대권주자들은 민심 이반 징후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이낙연 의원은 13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부동산 가격 폭등 ▲민주당 인사의 부적절한 언행과 처신 ▲폭우 피해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논란 등이 누적된 결과라고 짚었다.
이 의원은 “(민주당 구성원의 부적절한) 언행은 집으로 고통 받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부족했다고 보는 게 맞겠다”고 말했다.
김부겸 전 의원도 MBC 라디오 ‘이승원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과의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그동안 느꼈던 여러 가지 민심의 비판이 오늘 수치로 나타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해 보니까 더 부끄럽고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고백했다.
박주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이 국민을 직접 설득하는 역할을 맡았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미진했다”며 “저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통감하며 반성한다. 달라지겠다. 당이 국민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와 창구를 늘려 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는 언제나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좀 더 그런 노력을 많이 해달라는 채찍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내 의원들 역시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자성을 촉구했다.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지지율 역전에 대해 민주당 국회의원으로서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 “국민의 준엄한 목소리와 경고에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자세를 낮췄다.
다만, 지지율은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있다. 부동산 상황 등이 호전되면 지지율이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도 없진 않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강원도 철원 호우 피해지역 봉사활동 중 기자들과 만나 “지지율은 항상 변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지율 하락을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 징후로 연결시키는 데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인 한병도 의원은 이날 “레임덕은 보수세력의 기대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한 의원은 “부동산 시장의 불안으로 하락했던 국정지지율을 기저 요인으로 깔고 레임덕을 거론하고 있지만, 몇 달 사이에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지지율 추이를 근거로 레임덕을 주장할 수는 없다”며 “연말연시에 정체돼 있던 국정 지지율도 코로나 상황을 거치며 급등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