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은 국민의 삶과 연계해서 그 조직의 운용을 유기적으로 바꿀 수 있을 때 정부의 역량도 더 높아지기 마련이다. 어떤 조직이든 시기와 공간에 따라 그 역량을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정부가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킨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현 시점에서의 국민적 바람을 그대로 정부조직에 담아낸 것이다. 시의적절한 조직의 변화라 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다. 그 연장에서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도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을 절망 속으로 밀어 넣는 과도한 부동산 거품은 한국의 미래마저 통째로 위협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자본이 온 나라를 투기지역으로 만들고 있으며, 그로 인한 국민적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엄청난 불로소득에 맛들인 투기자본은 이미 정부의 통제선 마저 넘어선 듯 광풍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의 부동산 시장, 특히 아파트 시장의 과열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결정타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크고 작은 부동산 정책이 벌써 23번째다. 그것만으로도 정부에 대한 불신은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온갖 대책과 규제가 반복됐지만 결국 임시처방에 불과했다. 그러니 시간이 지나면 부동산 값은 더 올랐다. 정부 정책에 대한 강한 불신이 결국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자초한 것이다.

정부가 뒤늦게 보다 근본적인 대책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정권 붕괴까지 몰고 올 수 있는 심각한 사안으로 봤을 것이다. 그런데 그 대책이란 것이 ‘불법 행위’를 더 적극적으로 찾아 처벌하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른바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를 설치하겠다는 발상이다. 정부의 정책 실패보다 부동산 투기꾼들의 불법행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전형적인 ‘남 탓 행정’에 다름 아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최근 부동산 투기의 본질은 정부의 정책실패가 일차적인 원인이다. 국토교통부의 안이한 땜질식 처방은 이제 신뢰는커녕 조롱거리가 된지 오래다. 이 판국에 부동산 문제로 스트레스 받는 국민을 향해 감독기구로 다스리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좀 더 종합적이고도 전문적인 부동산 전담기구를 만들어 정책의 효율성과 일관성을 유지시키는 것이 옳다. 그렇다면 정의당에서 말하는 주택청 신설이 더 바람직하다. 감시와 처벌보다 정책의 종합성과 전문성, 일관성 유지가 시급하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질병관리청처럼 부동산 광풍 이후의 주택청 신설로 국민의 고충을 담아내는 노력이 더 절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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