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 스포츠가 뉴스 이용자들이 직접 작성하는 댓글을 이달 중으로 잠정 폐지하는 모양이다. 이미 스포츠 댓글란을 없애버린 다음에 이어 네이버도 그 뒤를 따르는 것이다.

네이버는 지난 7일 스포츠 뉴스 댓글을 잠정 중단한다고 공고를 발표했다. 네이버가 중단하기로 한 것은 최근 일부 댓글이 비하하는 정도를 넘어 선수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그동안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사전·사후적으로 악성 댓글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발전시켜왔지만, 선수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이 꾸준히 생성됐다. 악성 댓글의 수위와 그로 인해 상처받는 선수들의 고통이 간과할 수준을 넘는다는 판단에 따라 스포츠 댓글을 잠정 폐지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네이버 스포츠 댓글로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을 많이 봤다. 가까운 기자 후배는 쓰는 글마다 ‘기레기’ ‘소설 쓰냐’ ‘초딩보다 더 기사를 못 쓴다’ 는 등의 악플에 시달려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난 1일 숨진 채 발견된 여자 프로배구 선수 출신인 고유민은 생전 지인들에게 악플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네가 배구 선수냐’ ‘내가 발로 해도 그것보다 잘하겠다’ 그런 악플들을 보면 운동도 하기 싫고, 시합도 나가기 싫었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또 “나는 레프트를 14년 동안 했다. 십수년 동안 한 레프트를 하면서도 욕을 먹는데, 왜 내가 노력을 해 보지도 않은 포지션을 맡아서 욕을 먹어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프로야구 LG 소속 오진환의 아내도 오지환과 가족들이 악성 댓글에 큰 고통을 당한 나머지 최근 법적 조치를 취했다.

스포츠 선수들을 향한 악플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일부에서는 연예 댓글과 마찬가지로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 사이트의 스포츠 댓글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은 최근 “스포츠뉴스에서의 댓글 금지법을 발의해주기를 요청한다”면서 “과거에는 비판도 스포츠인이 감내해야 할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고 많은 부분들이 혁신해야 한다는 주문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4일 본 칼럼 ‘스포츠 댓글의 편집자들’에서 댓글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었다. 다른 관점과 다양한 가치관을 갖는 독자들이 생각을 자유롭게 밝힐 수는 있지만 악의적인 목적을 갖고 악플을 다는 것은 상대방의 인권을 심각하게 파괴하는 행위라는 것을 칼럼에서 강조했다. 물론 댓글의 효과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건전한 비판은 오히려 권장할만하다. 하지만 상대를 비방할 목적으로 댓글을 다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본다.

포털 사이트에서 댓글을 차단한다고 악플이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생태계가 개인 SNS 계정 등으로 확대하면서 악플 자체를 근절하는 것은 어렵다. 일부 악플은 법적, 사회적 책임을 물어 제재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악한 생각을 갖고 고질적으로 이루어지는 악플을 근본적으로 색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악플은 인간의 탐욕에서 나온다고 본다. 악의적인 사람일수록 위선의 탈을 쓰며 남을 비난한다. 악플은 남을 고통스럽게 하기보다는 자신이 즐기기 위한 것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악플을 근원적으로 없애려면 사회적 차원에서 활발한 공론의 장을 만들고 외롭고 소외된 이들에게 활발한 소통의 장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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