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의암댐 참사로 4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의암댐 참사를 보고 누구 한 사람 안타까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고 비통해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공직자 가운데 누구 한 사람이 내 잘못이다 하고 용서를 구하는 사람이 없다.

의암댐은 분명 국가가 소유 운영 관리하는데 바로 그 곳에서 참사가 났다면 국가가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게 순리다. 순리와 원칙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자신의 책임이 거론되면 발뺌하는 게 이 나라 공직자들의 모습이다. 이런 사람들을 과연 공직자라 부를 수 있을까?

이번 참사를 놓고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 네 탓 공방이 한창이다. 나는 잘못이 없고 ‘인공 수초섬을 스스로 철거하러 간 사람이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어이없는 말과 행동은 처음 봤다. 청년 박종철을 고문해서 죽게 만든 국가 기관이 ‘등을 한 대 쳤더니 억하고 죽었다’고 말하는 말 만큼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응답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왜 여덟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사고’를 당할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질문을 해야 한다. 공직을 맡고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번 참사에 책임이 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의암댐에서 목숨이 스러져 간 참사에 책임을 느끼고 매의 눈으로 국가의 행동을 감시해야 참사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내 일처럼 나서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이번 사건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처리되고 ‘언제 이런 일이 있었나?’ 하고 지나가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고인의 영혼은 얼마나 억울할 것인가?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사고가 나면 누가 사고의 유발자냐는 질문을 던지고 그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 힘을 쏟아 붓는다. 그렇게 해서 찾아내는 사람은 99% 최하위직급 공무원이거나 현장소장 또는 하청기업 현장 노동자다. ‘윗선은 안 다친다.’ 정부기관이건 기업이건 마찬가지다. 아주 드물게 하청업체 대표가 사법처리 되는 경우가 있지만 거의 모두 벌금형이다. 원청 대기업의 누군가가 사법처리 되는 경우는 조금 과장해서 번개 맞는 확률과 비슷하고 원청의 대표이사가 사법처리 되는 경우는 번개 두 번 맞을 확률과 같다.

의암댐 사건은 사고가 아니고 참사다. 안전하게 대응하는 시스템이 작동했다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문제다. 참사는 국가와 기업, 또 다른 기관이 잘못해서 발생한다. 참사를 야기한 자나 기관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 되어가는 꼴을 보면 이전의 사건 처리과정과 매우 비슷하다.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고 있다. 특히 국무총리와 춘천시장 말에서 확인되듯이 윗선으로 갈수록 교묘히 발뺌을 하거나 자신은 빼고 다른 이가 문제라는 듯이 말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맨 하위 직급의 공무원이 책임지거나 현장의 일을 맡은 기업의 책임자 또는 노동자가 책임질 가능성이 크다. 영구미제로 처리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수초섬’이라 불리는 하트 형태의 ‘수초 장치’를 왜 설치했는지 묻고 싶다. 5만명이 들어갈 수 있는 서울시청광장의 반 크기라 한다.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사태를 야기할 수밖에 없는 인공물을 설치했다. 전시행정을 했다고 비판하고 만다면 문제의 본질을 놓친다. 수문이 수시로 개방돼 엄청나게 센 물살이 만들어질 수 있는 댐에 물길을 막는 대규모 인공물을 만들면 이게 문제가 안 될 수가 없다. 상식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14억이나 들여 인공물을 왜 설치했나?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져야 한다.

누가 지시했는지 밝혀지는 것과 관계없이 국가는 유가족에게 합당한 배상을 해야 한다. 업체에 책임을 물을 일이 있다면 유족에 선 보상하고 구상권을 행사하면 된다. 국가는 유가족 또는 실종자 가족에게 예의를 갖추기 바란다.

다른 댐도 의암댐과 비슷한 환경에 놓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전수조사해서 ‘수초 인공물’ 과 비슷한 시설물이 있다면 전면 철거 조치하고 인공물 설치를 허가한 자에게 책임을 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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