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3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3

한국형 기본소득 도입 명시

대북정책은 기존 기조 유지

‘좌클릭’에 지지층 불만 쌓여

전통 지지층 설득 ‘마지막 산’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미래통합당은 13일 기본소득, 국회의원 4연임 금지, 부동산 금융 규제 완화 등을 명시한 새로운 정강정책과 총선백서를 연이어 공개하면서 중도로의 외연 확장을 본격적으로 시도한다. 다만 당의 급진적인 변화에 거부반응을 보일수도 있는 전통적인 지지층을 설득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통합당 정강정책개정특별위원회는 13일 오전 국회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제출한 정강정책 개정안의 ‘10대 약속’을 발표했다.

우선 ‘모두에게 열린 기회의 나라’의 첫 조항에는 한국형 기본소득을 준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본소득을 통해 안정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고 많은 일자리를 인공지능(AI)이 대체할 4대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해 충분한 주택을 공급하고, 금융규제를 완화해 누구나 내 집 마련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한다’고 명시하며 약자와의 동행을 본격화 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특히 4선 연임을 정책으로 못 박은 것이 눈에 띈다. 국회의원 기득권을 혁파하고 정치 신인들에게 기회를 주기 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기존 다선의원들에게 소급적용되는 문제를 없애기 위해 제21대 국회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간주해 2032년 제24대 총선부터 적용하기도 했다. 동시에 진보진영의 담론으로 여겨지는 지방의회 청년 의무 공천, 만 25세로 묶여 있는 피선거권을 만 18세로 낮추는 정책 등도 추진한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주호영 원내대표, 하영제 사천남해하동 국회의원 등 당 지도부가 10일 오후 경남 하동군 화개면 소재 화개장터 수해현장을 찾아 재난 피해지역을 둘러보고 주민들을 위로했다. (출처: 뉴시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주호영 원내대표, 하영제 사천남해하동 국회의원 등 당 지도부가 10일 오후 경남 하동군 화개면 소재 화개장터 수해현장을 찾아 재난 피해지역을 둘러보고 주민들을 위로했다. (출처: 뉴시스)

청와대 권력의 과도한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인사수석실을 폐지하겠다는 조항도 신설했다. 또 대통령의 공영방송 사장 임면권과 TV 수신료 폐지도 추진한다. 사법개혁 주제에서는 법관 퇴직 후 일정 기간 내 정치권 진출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외에도 지역자치단체장-교육감 러닝메이트 제도 도입, 동물권 보호와 학대 근절, 상호주의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입각한 대북정책 추진 등도 새로운 정강정책에 포함된다.

최근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통합당은 중도층 흡수를 위해 본격적으로 호남에 손을 내밀고 있다. 최근 호남 지역의 수해 현장 봉사를 이어가고 다음 주에는 5.18 민주묘역을 방문하기로 하는 등 호남을 교두보로 중도 지지층을 흡수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통합당은 이날 총선백서 제작특별위원회를 통해 총선백서를 발표하면서 이번 총선의 패배 원인에 대해서도 짚었다. 특위는 “당에서는 이번 총선을 조국 사태 등 정부의 실책에만 기대 ‘근거 없는 자신감’만을 갖고, 보수통합만 하면 대정부 투쟁 기조로 승리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며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탄핵 이후 지속적으로 중도층 외연 확장을 실패한 가운데 통합당을 대안 세력으로 보지 않았고 이번 총선은 ‘민심과 이반된 당의 착각이 현실에서 깨어져 나가버린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특위는 이번 총선 패배 원인으로 ▲중도층 지지 회복 부족 ▲막말 논란 ▲연이은 공천 번복 ▲중앙당 차원의 효과적인 전략 부재 ▲탄핵에 대한 당 차원의 입장 정리 부족 ▲40대 이하 연령층의 외면 ▲코로나 방역 호평 대통령 긍정 평가 증가 ▲강력한 대선 후보군 부재 ▲국민을 움직일 공약의 부족 ▲정부여당의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 등을 선정했다.

다만 정강‧정책은 의원총회와 전국위원회를 거쳐 최종안이 확정된다. 통합당은 초선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국회의원 4연임을 명기하는 것에 우려를 드러내는 중진의원들 잘 설득하면 의원총회는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중도층 흡수를 위해 김종인 위원장의 ‘좌클릭’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통합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인 강성 보수층을 설득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감과 탄핵에 대한 당 차원의 공식 사과를 검토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통합당이 전통 지지층 설득이라는 마지막 산을 넘고 중도층을 아우를 수 있는 합리적인 보수 정당으로 재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20.8.13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2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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