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택배 물류 터미널에서 택배업체 직원들이 배송할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택배산업 급성장, 연간 10억 건
정부 부실한 택배산업 선진화방안 안착… 회사는 질 높여야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최근 택배산업이 눈에 띄게 급성장하고 있다. 국토해양부(국토부)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5년 택배 건수가 5억 6000만 개에서 2008년 10억 4100만 개로 4년 새 2배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 2009년의 국내 택배 건수는 10억 개를 넘어섰다. 2001년 이후 인터넷 쇼핑과 홈쇼핑의 활성화로 국민 1인당 연간 택배를 이용하는 횟수도 2002년 9차례에서 2009년 21차례를 넘었다. 택배산업은 해마다 10% 이상 급성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택배 서비스는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소비자 피해도 늘고 있다. 한 택배회사의 경우 지난 2007년 1만 8000여 건이던 배달 관련 사고가 2009년에는 4만 9000여 건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편리하기는 하지만 물건이 손실되거나 집에 사람이 없어서 분실되는 등 불편함을 호소하는 소비자의 불만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심지어 소비자 중에는 안티카페를 만들어 불만을 호소할 정도로 문제가 간단하지는 않다.

특히 택배업 관련 규정이 미흡해 서비스 수준이 하락하거나 피해 보상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택배 피해 상담건수가 3000건이 넘을 정도다. 2008년 한국소비자원의 전체 상담 건수인 27만 8181건 중 택배 서비스 관련 상담이 3370건 접수됐다.

택배 서비스와 관련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피해를 호소하는 유형으로는 ‘파손·손실’을 들 수 있다. 전체 유형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또 ‘물품 분실’과 ‘택배 지연’ ‘불친절’ 등을 꼽을 수 있다.

회사원 안모 씨는 지난 1월 인터넷 쇼핑몰에서 신발을 구매했는데 업체 실수로 분실했다. 집에 없는 사이 택배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은 안 씨는 해당 업체에 연락해서 다음날 도착한다는 말을 믿고 기다렸지만 물품은 도착하지 않았다.

안 씨는 “여러 차례 연락해서 ‘상품 분실로 보상처리’를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처리가 되지 않았다”며 “이름 있는 업체라 신뢰했는데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해당 D업체 담당자는 “처리가 늦어진 점은 상담원의 업무 과실인 듯하다”면서 “조회 결과 오는 20일 보상 금액이 입금된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해당자가 최소 문자 등의 몇 번의 연락만 취했더라도 소비자의 불만은 해소됐을 것이다.

주부 최모 씨도 집을 비운 사이 택배직원이 지인이 선물로 보낸 영광굴비세트를 경비실에 맡기고 갔지만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

며칠이 지나서야 경비실로부터 연락을 받고 선물을 뜯어보니 이미 부패해 먹을 수가 없게 된 상태였다. 택배회사에 항의도 했지만 배송은 완료됐으니 보상은 할 수 없다는 답변만 되돌아왔다.

특히 명절이나 기념일, 휴일이 많은 달은 택배 물품이 분실되거나 파손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단체들에 따르면 택배와 관련한 보상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2008-3호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소비자 역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음식물 배송이 지연돼 상품이 부패하거나 변질된 경우, 택배회사 부주의로 배송물품이 훼손 또는 분실됐어도 택배회사가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다.

대한주부클럽연합회 소비자고발센터 정민지 간사는 “운송장에 물품을 종류와 수량, 수령예정일 등을 꼼꼼히 기재해야 피해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다”며 “특히 운송장에 물품 가격을 쓰지 않으면 소비자가 불리하다”고 당부했다.

운송 중 물건이 파손되거나 음식물이 상했을 때 택배회사가 소비자의 포장 부실을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할 경우가 있지만 택배표준약관을 보면 포장상태가 불량한 물품은 사업자가 운송을 거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택배회사가 운송을 했다면 택배회사에게도 일정 부분 포장 부실의 책임이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피해를 미리 막으려면 배송물품을 받을 때 택배회사 직원 앞에서 포장을 개봉해 물품 상태를 확인한 이후 수령증에 서명해야 한다.

배송물품 훼손·분실 등의 피해가 발생할 때에는 택배회사에 즉시 통보해야지 즉시 통보하지 않으면 책임 소재의 규명이 곤란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 같은 택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에서도 대책 방안을 내놓았다. 국토부는 지난해 2월 ‘택배산업 선진화 방안’을 마련, 택배 업종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방안에 따르면 택배업계에서 운전 인력 확보의 어려움을 고려해 택배 운전 나이를 기존 21세에서 19세로 낮춘다. 또 일반운송업에 포함된 택배분야를 시설과 차량 요건을 마련해 별도 업종으로 신설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택배 관련 민원센터도 설치하는 한편 택배를 보다 편리하게 받을 수 있도록 무인 택배 보관함을 새로 짓는 아파트는 물론 기존 아파트와 주택가까지 확대 설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감사원이 지난 2월 정부의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국토부가 추진 중인 ‘택배산업 선진화 방안’의 경우 택배산업 분업체계 제도화가 미비하다는 감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지금까지 택배산업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택배 사업자는 일반운송 사업자·운송주선사업자 허가를 받아야 한다.

화물차주와 택배본사가 집·배송을 담당하는 분업형태에 있는 택배산업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적용받고 있다. 이로 인해 택배산업은 다른 운송사업자에게 운송을 재위탁해 대행하게 할 수 없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저촉되고 있다.

택배산업의 양적 성장은 곧 과도한 경쟁을 일으켜 결국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값이 싸지는 대신 배달 서비스가 떨어지는 등 소비자 피해가 늘어나는 만큼 정부의 제대로 된 대안과 함께 서비스업계에 종사하는 택배업체에서도 질적 서비스 개선에 책임 있는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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