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in] 안성 죽산면 홍수피해 “60여년 살았지만 이런 피해는 처음"
[현장in] 안성 죽산면 홍수피해 “60여년 살았지만 이런 피해는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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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용설리에 사는 유시찬(79)씨가 12일 산에서 굴러 내려온 산더미 같은 나무통을 가리키고 있다.ⓒ천지일보 2020.8.13
[천지일보 안성=이성애 기자]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용설리의 유시찬(79)씨가 12일 산에서 굴러 내려온 산더미 같은 나무통을 가리키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3

죽산면 일대 93곳 64㏊ 산사태

“수해피해 보상금 턱없이 부족해”

[천지일보 안성=이성애 기자] “마을 주변 일대가 모두 산에서 떠내려온 나무통들입니다. 안성에서 60여년 살고 있지만, 이런 산사태 폭우 피해는 처음입니다.”

지난 12일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용설리에 사는 유시찬(79, 남)씨는 마을 뒷산에서 폭우에 휩쓸려온 산더미 같은 나무통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마을은 꽃피는 마을로 유명하고 낚시터가 있어 폭우가 쏟아진 날에도 관광객들이 많이 왔었어요. 산사태가 일어나 길이 막히자 소방본부 헬기가 와서 관광객들을 구조했습니다.” 유씨는 당시의 재난 상황을 설명했다.

안성시 죽산면 용설리 설동 낚시터.ⓒ천지일보 2020.8.13
[천지일보 안성=이성애 기자] 안성시 죽산면 용설리 설동 낚시터. ⓒ천지일보 2020.8.13

이번 장마는 안성 동부권인 일죽, 죽산, 삼죽에 집중적으로 내려 일죽면 화봉리 최모(57세. 남)씨가 사망했고, 한때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죽산면 장원리 이모(75세. 여)씨는 구조됐다. 안성시의 현재 이재민은 134세대 233명으로, 26개 시설에 138명이 입소해 있으며, 응급구호세트와 민간후원물품 등 2545건의 구호물품이 배부됐다

죽산면 일대 산사태 개울에는 아직 황토 흙물이 콸콸 내려오고 밭에 심어 결실을 기다리던 들깨 농사와 고추 농사 등은 수마의 흔적으로 다 쓰러져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굴착기 수십대가 곳곳에서 땅을 파고 흙을 고르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피해마을 주민인 이민자(가명, 50, 여)씨는 “우리 집은 보시다시피 플라스틱 공장을 하고 있다. 기계가 많아 미리 공장안에 제방을 쌓아서 그나마 피해를 덜 수 있었다”며 “그러나 토사가 무릎까지 차올라 공장 문을 열지 못할 정도였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옆에서 TV 안테나를 설치하던 김성일(가명, 71, 남)씨는 그날의 상황을 영상으로 남겨놨다며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우리 집이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는 컨테이너가 토사물을 버텨냈다”며 그날의 기억을 되살렸다.

안성시 죽산 남면에 산사태로 집이 떠내려와 있는 모습.ⓒ천지일보 2020.8.13
[천지일보 안성=이성애 기자] 안성시 죽산 남면에 산사태로 집이 떠내려와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0.8.13

길 곳곳에는 농사를 짓기 위해 저장됐던 퇴비들이 흩어져 섞인 고약한 냄새가 진동했다. 집이 45도로 기울어져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어 그날의 참상을 가늠할 수 있었다. 집이 통째로 토사에 무너져 그 안에 갇혔던 주민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가 한창인 현관입구에 넋이 나간 듯 앉아있던 박은숙(가명, 55, 여)씨는 “집을 지은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런 일을 당하고 보니 무섭기만 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안방까지 전체적으로 물이 다 들어와 가재도구는 하나도 사용할 수 없어 모두 버렸다”며 “목재로 지은 집이라 보수 공사를 해도 걱정이다”고 말했다.

비닐하우스 5동 모두 찢어지고 날아가 1년 농사를 망친 죽산 남면의 최현옥(가명, 78, 여)씨는 “이곳에 50여년 사는 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며 “하우스 농작물은 물론 오토바이, 경운기 등 다 쓸어 내려가 버렸다”고 하소연했다. 또 “이 판국에 고철을 집어 가는 도둑까지 기승을 부린다”고 덧붙였다.

안성시 죽산 남면ⓒ천지일보 2020.8.13
[천지일보 안성=이성애 기자] 안성시 죽산 남면 비닐하우스에서 할머니가 농기구를 정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3

죽산면 용설리 한 할아버지는 “시에서 편백을 심는다고 큰 나무를 잘라낸 것과 잔여 가지를 처리하지 않아 그 가지들이 떠 내려와 도로를 막은 것이 화를 키웠다”며 “시의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난지역이라고 선포했지만, 보상금은 고작 100~200만원”이라며 턱없이 부족한 보상금 제도를 지적했다.

한편 안성시는 14일까지 모든 응급복구를 완료할 계획이지만, 유독 피해가 컸던 일죽면 금산리, 화봉리와 죽산면 장원리, 용설리는 이보다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곳에는 전문 인력 6명이 2개조로 투입 중이다. 시는 자체 예산 27억원과 경기도의 재난관리기금 2억원을 합해 총 29억원을 수해 복구 예산으로 확보했으며, 이번 응급복구에는 약 3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재 안성시의 현원은 1058명(임기제, 청원경찰 포함)으로, 토사제거, 마대 쌓기 등 수해 복구에 116명이, 호우 피해 조사에 38명이 투입되는 등 11일까지 최소 154명이 지원됐다.

안성시 죽산 남면 지은지 1년 된 집이 산사태로 공사가 한창이다.ⓒ천지일보 2020.8.13
[천지일보 안성=이성애 기자] 안성시 죽산 남면에 지은지 1년 된 집이 산사태로 복구 공사가 한창이다. ⓒ천지일보 202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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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숙 2020-08-13 19:16:32
더 걱정되는 것은 이런 일이 자주 생길 수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