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불안감을 떨치고 싸움소들의 화려한 외출이 4월 15일 시작됐다. 청도에서 매년 열리는 ‘소싸움축제’는 전국을 암울하게 만든 구제역 여파로 한 달가량 지연됐지만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더 풍성한 축제로 거듭나 19일까지 5일간 세계 최초 돔 형식을 갖춘 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 진행된다.
특히 올해는 더욱 박진감 넘치는 싸움소들의 한판승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축제에는 지난해 전국소싸움대회에서 8강 이상의 성적을 거둔 소 120마리가 출전했다. 때가 때인 만큼 구제역 1·2차 백신접종 확인서와 혈청검사결과 면역항체가 형성된 건강하고 깨끗한 소들만 선정, 전국 최강의 싸움소들이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도군은 지난해 48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청도를 방문한 가운데 올해도 5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했다. 싸움소들의 화려한 기술로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지는 청도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15일 경북 청도군 상설소싸움경기장에서 개막한 청도소싸움축제에서 싸움소들이 머리를 맞대고 기싸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외 취재진·관광객수↑…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겨우내 몸을 다진 싸움소들의 발길질에 청도 땅이 울리고 경기장 안 모래가 공중에 흩날린다. 경기 전 큰 눈망울을 굴리던 소의 모습은 상대 소와 머리를 맞댄 순간부터 온데간데없다. 한 치의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상대 소를 응시하고 있는 소만 존재할 뿐이다.

이어 뿔과 뿔이 부딪쳐 ‘쾅’ 소리가 나고 머리를 맞댄 채 거친 숨을 몰아 내쉬는 소들의 한판 대결이 펼쳐진다. 관람객들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 순간을 놓칠세라 박진감 넘치는 소들의 대결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한적하고 조용한 경상북도 청도에 꽃봉오리가 필 즈음인 4월, ‘청도 소싸움축제’가 열린다. 지난해에는 48만 명의 관람객이 소싸움을 보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

청도 소싸움축제는 1999년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한국의 10대 지역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되는 등 대한민국을 대표할 축제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또 2008년과 2009년 2년 연속 한국자치발전연구원이 주최하는 ‘대한민국대표축제 전통문화’ 부문에서 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도 눈에 띄게 늘었다. 거기다 지난해에는 AP, AFP, CNA, 교도뉴스, 신화사, 아리랑TV 등 13개의 외신이 ‘청도 소싸움축제’를 담아가기 위해 청도에 방문하는 등 국제적인 축제로 명실상부 자리매김하고 있다.

많은 관람객이 몰리는 만큼 이 축제로 청도가 얻는 경제적 효과 또한 상당하다. 청도군에 따르면 2010년 청도군민 외 국내외 관광객들을 통한 수익이 176억 원을 넘어섰다.

한편 소싸움은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문헌상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1970년대 중반부터 고유의 민속놀이로 자리 잡았다. 청도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싸움은 소가 한곳에 모여 풀을 뜯다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힘을 겨루게 됐는데 소 주인도 자기네 소가 이기도록 응원하던 것이 변해, 사람이 보고 즐기는 소싸움으로 발전하게 됐다.

청도 소싸움대회는 1990년 영남민속 투우대회, 1995년 전국민속 투우대회로 진행되다가 1999년부터 청도 소싸움축제라는 이름으로 매년 열리고 있다. 올해에는 세계 최초 돔형식의 소싸움 전용경기장인 화양읍 삼신리 청도 소싸움경기장에서 1억 6천만 원의 상금이 걸린 소싸움대회가 15일 시작됐다.

즐길 거리도 하나 더 늘었다. 붉은색과 파란색의 겜블 팔찌를 통해 자신이 선택한 소가 이기면 소정의 상품을 받는 겜블 체험이 진행되기 때문. 이 밖에도 국내외 예술단 초청공연과 전국공모 소사랑 미술대전, 소싸움경기장 개장관, 세계 소 사진전, 소싸움 로봇체험관, 소싸움경기를 3D로 관람할 수 있는 소싸움영상체험관, 로데오 체험, 농경 생활 체험관 등 소와 관련된 다채로운 체험행사가 청도를 방문한 관람객들을 즐겁게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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