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수정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12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이 한산하다. ⓒ천지일보 2020.8.12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12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이 한산하다. ⓒ천지일보 2020.8.12

남대문시장 집단감염으로 시장가 영향 상당

길어진 장마로 폭우 피해까지 추가로 입어

“점심시간에도 손님이 거의 오지를 않아”

“장사 잘 되지 않아 시장 분위기 살벌해”

”경제 언제 회복될지 생각하니 그저 답답“

가게 매출 평소보다 10배 넘게 하락하기도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남대문시장에서 터져서 행여나 우리 시장에도 피해가 갈까 봐 무서워요. 안 그래도 파리만 날리는데 물난리까지 나서 그나마 있던 손님마저 다 없어졌죠.”

12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상가 골목에서 한 상인의 한탄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상 최장 기간인 50일의 장마 기간을 보낸 데 이어 지난 11일 서울 남대문시장 ‘케네디상가’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인근 대규모 상가인 ‘중앙상가’로까지 확산돼 시장가에 비상이 걸렸다.

연이어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집단감염과 계속되는 폭우로 인해 이날 광장시장 상가는 적막감만 맴돌았다.

먹자골목을 비롯한 식당가 상인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일부 상인은 한숨만 연거푸 내쉬었다.

점심시간이 다 된 시간임에도 손님들은 보이지 않았다. 가게 상인들은 허공을 쳐다보며 손님이 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점심 장사를 준비하던 한 빈대떡집 주인은 “점심시간에도 손님이 거의 오질 않는다. 오늘도 재고가 엄청 남겠네”라고 말하며 허무한 표정을 지었다.

시장골목 곳곳에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손 소독제가 배치돼 있었지만 손님의 발걸음이 뚝 끊겨 소독제가 담긴 병 위에는 먼지가 가득했다.

일부 식당가에는 소수의 인근 지역 주민들이 다녀가기도 했지만, 직물과 잡화점을 판매하는 상가 골목에는 이용객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일부 상인은 한명의 손님이라도 더 데려오기 위해 즉석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며 호객행위를 하기도 했다.

한 직물가게 상인은 “요새 장사가 안돼서 시장 분위기가 살벌하다. 하루에 찾아오는 손님이 0명에 가깝다”고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남대문시장 집단감염 때문에) 불안해도 뭘 어떡해. 먹고 살려면 나와야 하는데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하며 어지럽게 쌓여있던 옷감들을 힘없이 정리했다.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12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이 한산하다. ⓒ천지일보 2020.8.12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12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이 한산하다. ⓒ천지일보 2020.8.12

최근 계속된 폭우로 인해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다며 하소연을 하는 상인들도 있었다.

시장 상인 윤은중(47, 여, 종로구 예지동)씨는 남대문시장 집단감염보다는 폭우로 인한 피해가 더 컸다고 언급하며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발생한 지 4개월 지났을 때는 그래도 국내 손님들이 조금씩 찾아왔는데 (폭우가 시작되고 나서는) 오던 내국인 손님마저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매출이 10분의 1 수준으로 대폭 감소해 임대료를 내기도 벅차다고 하소연했다. 윤씨는 “장사도 안 되는데 집에 있는 아이들까지 돌봐야 해서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하며 한숨만 연거푸 내쉬었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지원해준 70만원 덕분에 그나마 먹고 살아가는 데 조금 보탬이 됐다”며 “언제 코로나19가 종식돼 경제가 회복될 지를 생각하니 그저 답답할 뿐”이라고 힘없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빈대떡집을 운영하는 오승수(가명, 45, 남)씨는 “매출이 코로나로 급감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괜찮아지고 있었는데 집중호우로 인해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며 “월세도 겨우 내고 있는데 이를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박순자(74, 여)씨는 “이번 남대문시장 집단감염 때문에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이 행여나 시장에 다녀갈까봐 무섭다”며 “손님이 거의 없어서 사실상 마스크 쓸 일도 없다”고 푸념을 했다.

이어 “매출은 이전에 한창 장사 잘 될 때보다 10배 넘게 떨어졌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며 “옛날에는 손님이 너무 많아서 화장실 갈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빴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때가 그립다”고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얘기했다.

코로나19와 폭우 피해로 인해 가게 사정이 많이 어려워져 다소 신경질적인 상인의 모습도 보였다.

시장에서 굴비를 판매하고 있는 한 60대 남성은 장사는 잘되냐는 질문에 인상을 찡그리며 “보시다시피 사람이 어디 있느냐. 매출 얘기 꺼내지도 마라.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하며 손사래를 쳤다.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12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먹자골목이 한산하다. ⓒ천지일보 2020.8.12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12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먹자골목이 한산하다. ⓒ천지일보 20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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