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오전 서울 강서구 개화동 실버농원에서 농작물 재배 교육실습이 이뤄진 가운데 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팀 권혁현 팀장이 어르신들에게 상추재배 요령을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채소 가꾸며 인생을 배웁니다”

농작물 손수 재배·친구도 사귈 수 있어 기쁨 두 배

[천지일보=백하나 기자] 15일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 개화역 부근에 등짐을 진 어르신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챙이 넓은 모자와 목장갑, 심지어 선글라스까지 갖춰 쓴 어르신들은 기대에 찬 표정으로 일제히 한 곳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르신들의 발길이 머문 곳은 개화역에서 약 700m 떨어진 상추 재배 농장.

이날은 서울시농업기술센터가 지난 3월부터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실버농원’ 운영할 참가자를 모집해 첫 교육에 나선 날이었다.

서울시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팀 권혁현 팀장은 “그동안 서초구 내곡동에서만 실버농원을 운영했는데 인기가 좋아 개화동까지 부지를 마련하게 됐다”며 “밭과 모종을 시에서 무료로 제공해 주는 데다 계절별로 채소를 얻을 수 있어 어르신에게 호응이 좋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실버농원은 5명이 1조를 이뤄 공동재배를 하다 보니 수확률도 높고, 조원들을 사귈 기회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본격적인 모종 심기 작업에 앞서 권 팀장은 우선 땅을 고르고 모종을 심는 과정을 어르신들에게 차근차근 설명했다.

“오늘은 적상추와 청상추를 심을 겁니다. 모판에서 상추를 뽑을 때는 잎을 잡고 살며시 뽑아내야 해요. 왜일까요?”

진지해진 어르신들의 표정을 살피던 권 팀장은 “상추를 뿌리 가까이 잡으면 병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라며 “모종은 애인 다루듯이 살살 다뤄줘야 한다”고 어르신들이 알기 쉽게 설명했다. 입가에 미소를 띤 100여 명의 교육생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간단한 시범 교육 후 모종을 받아든 어르신들의 표정에는 약간의 설렘과 즐거움이 묻어났다. 방금 들었던 주의 사항을 잊고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어느 누구하나 찡그리는 사람이 없었다. 농장 한편에서는 한 교육생이 구성지게 노랫가락을 뽑아내고 기념사진을 담아가는 단란한 모습도 연출됐다.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실버농원을 찾았다는 교육생 백택일(70, 서울시 종로구 와룡동) 할아버지는 “나이가 들면 할 일이 마땅치 않은데 이런 기회를 통해 사람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면서 앞으로 계속 교육에 참여할 뜻을 전했다.

아울러 대부분 교육에 참여한 어르신 중에는 단순히 채소를 기르기 위해서라기보다 자기 계발의 기회로 이곳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김춘자(70,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동) 할머니는 “채소를 기르면서 인생을 배우는 기쁨을 맛보고 있다. 작물도 때로는 과감하게 솎아줘야 할 때가 있고, 내 기분에 따라 영양분을 무조건 줘서는 안 된다는 이치를 배우면서 감탄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런 김 씨는 지난 2009년 이후로 농업교실에서 만난 인연들과 지금까지 연이 닿아 컴퓨터교실에서 워드·포토샵 등을 함께 배우고, 노인 기자단으로 활동하며 발을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시농업기술센터는 서초구 내곡동과 개화동에서 실버농원 외에 가족끼리 텃밭을 일굴 수 있는 다둥이가족농원을 운영하며 지속적으로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 또는 도시농업팀 전화 02-459-8993에서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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