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성 광고에 일선 교사들 ‘전전긍긍’

[천지일보=김지연 수습기자] 수원 화홍초등학교의 신유영 교사는 최근 1년여간 인터넷에 선정성 광고물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느꼈다.

유명 포털사이트를 이용해도 클릭할 때마다 원하지 않는 자극적 문구를 마주치게 됐다.

과학 교과를 담당하는 신 씨는 자유탐구학습을 과제로 낼 때마다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스스로 주제를 찾고 탐구해서 보고서를 만들어보는 자유탐구학습은 새로운 개정교육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신 씨는 이런 과제가 아이들을 선정성광고물에 노출되게 만드는 것 같아 숙제용으로 몇 개 사이트를 지정해 링크를 걸어줬다. 포털사이트를 거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자유롭게 정보를 검색하고 수집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문기사 검색이 위험해서 시킬 수가 없어요”라며 신 씨는 일선 교사의 고충을 털어놨다.

부산 남천초등학교의 정성국 교사는 “아이들이 ‘겉으로는 이상하게 보이지 않아서 클릭했는데 이상한 사이트로 연결됐다’는 경험담을 말해 온다”면서 “호기심 많은 아이들에게 인터넷은 긍정적인 영향보다 부정적인 영향이 더 많은 매체로 느껴질 정도”라고 말한다.

정 씨는 아이들의 언어생활을 보면 인터넷이 끼치는 영향이 정말 크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이 문제를 ‘아이들에게 자제력을 길러주는 것’만으로 해결은 어렵다며 정 씨는 법적규제가 있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전했다.

하지만 정부가 과연 규제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냉소적인 시선도 있다.

서울 광문고등학교의 두상욱 교사는 “물론 제재가 가해지면 좋겠지만 과연 광고수익료 때문에 제대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사실 TV, 잡지 같은 선정적 매체가 넘쳐나는데 인터넷만 규제한다고 달라질까 싶은 생각도 든다”며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 문제를 지적했다.

서울 영원중학교 교사인 김소형 씨는 호기심 많은 중학생들을 가르치며 요즘 고민이 많다.

학생들에게 주의를 주도록 유해사이트목록이 공문으로 내려왔지만 교육을 하면 오히려 학생들이 모르던 유해사이트를 찾아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실제로 아이들이 이미 다 찾아본 사이트를 교사들이 모르는 경우도 많고 부모는 더더욱 문외한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김 씨는 “중학생들은 충동적인 면이 강하고 스스로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터넷의 잘못된 부분을 인지할 수 있게 ‘반복적으로’ 교육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