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지난주에 발표된 법무부의 검찰 고위 간부인사를 두고 온갖 말들이 많다. 조직 내부는 물론이고 정치권, 일반여론까지 인사 결과를 두고 여러 평들을 하고 있다. 검찰총장 다음의 권좌라 일컫는 소위 ‘검찰 빅4’가 모두 호남출신자에게 돌아갔다거나 친(親)정권 인사들이 검사장으로 승진했다고도 하고, 또 채널A 편파수사, 유재수 뭉개기 수사한 검사가 모두 승진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한다. 인사 내용이 어떻든 간 검사 고위 간부에 대해 법무부장관이 제청하고 최종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재가했으니 아웃사이더에선 뭐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긴 해도 문제는 인사권자가 인사하는 과정에서 법에서 정하고 있는 내용에 따라 사전 법적 절차를 잘 준수했느냐에 달린바, 검사장 승진인사 등에서 검찰총장의 의견이 배제된 점을 미루어 보건대 또다시 검찰청법 위반 논란이 나올 만하다. 법 위반과 관련해 추미애 장관 취임 후 첫 검찰 고위 간부 인사가 있었던 지난 1월, 윤 총장 패싱으로 문제가 따랐다. 종전까지 장관과 총장이 제3의 장소에서 만나 심도 있게 논의를 거치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추미애 장관 부임 후에 그런 관행과 법적 절차마저 무시됐던 것이다.

검찰청법 제34조 제1항에는 검사의 임명 및 보직 등 규정이 명시돼 있다. 즉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는 내용이다. 이 조항에서 법무부장관이 검찰인사안을 대통령에게 제청하기 전에는 반드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돼 있다. 여기서 ‘총장 의견’은 단순한 제시사항이 아니라 법 취지의 맥락상 법상 추천, 협의 등과 맞먹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한 것은 검찰 인사의 핵이 정치적 중립을 기하는데 있으므로 정권 또는 정부로부터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법조계나 전직 법무부장관 출신이 검찰청법 제36조에 규정한 검찰 인사에 있어 검찰총장 의견을 반영하도록 하는 규정은 검찰의 중립을 위해서 인 것이다. 그럼에도 검사장 승진 인사안에 대해 장관이 총장의 의견을 듣고 묵살해버리고 보직인사시 당연히 거쳐야 할 협의(의견청취)조차 하지 않았다면 검찰청법상 인사규정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지난 1월 검찰인사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8월 인사에서도 윤석열 검찰총장을 패싱했다는 것이다. 대검찰청은 검사장 승진후보자안 등 인사를 윤 총장의 의견대로 법무부에 보냈지만 추 장관은 그 협의안에서 나온 검찰총장 추천 검사장에 대해서는 한명도 승진시키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러기에 법조계, 정치권 등에서는 ‘법무부가 검찰 인사를 할 때 검찰총장의 의견을 반영하라는 것이지, 의견만 듣고 무시하라는 건 아니다’며 법상 취지가 ‘총장 의견 청취’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위법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사법적 직무를 수행하는 준사법기관으로서 인사권에 있어서는 법상 체계나 절차에 동질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검찰과 경찰 인사 절차는 다르다. 경찰공무원법 제6조를 보면, ‘총경(일반직 4급에 해당) 이상 경찰공무원은 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행정안전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한다. 다만, 총경의 전보, 휴직, 직위해제, 강등, 정직 및 복직은 경찰청장이 한다(제1항)’로 돼 있고, 경정(일반직 5급에 해당) 이하의 경찰공무원은 경찰청장이 임용하도록 규정(제2조)돼 있다.     

경찰과 검찰 두 기관의 인사관련법을 보면 같은듯하면서도 다르다. 경찰공무원법은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는 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행정안전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검찰청법에는 검사에 대해서는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는 내용인바, 검찰청법에서는 검찰총장의 의견청취 조항이 있을 뿐 국무총리 경유도 없다. 이는 그만큼 검찰의 탈(脫)정치화, 검찰 중립을 엄격히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만 추미애 법무장관의 지난 두 번의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는 정치중립이 지켜지지 않았음에 대해 우려가 크다.   

검찰청법상 검사임명과 보직인사는 검찰총장 의견 청취가 필수적인 법상 내용이다. 그 의견청취는 한쪽귀로 듣고 한쪽귀로 흘러버리는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것으로 이는 추천, 협의 등과도 같다. 그럼에도 추 장관은 후보자 인사청문회시 검찰인사와 관련해 총장 의견 청취는 협의대상이 아니라고 했던 바 지금과 같은 역대급 막장인사, 전횡인사를 막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서는 검찰청법에서 경찰공무원법처럼 명확히 규정해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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