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7일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예산 838억 1207만원이 쓰일 것이라는 추산액이 나왔다. 이는 서울·부산시 선거관리위원회의 자료를 종합한 결과다. 구체적으로 보면 서울시장 선거에 570억 9903만원, 부산시장 선거에 267억 1304억원 규모다. 양대 거대도시의 시장이 성추행 등 사유로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사퇴, 또는 사망으로 인해 재보궐선거가 실시되는바, 사용하지 않아도 될 선거비용이 국민혈세로 더 들어가게 됨은 예산낭비인 것이다.   

지난 4월 23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사건으로 임기 도중 전격 사퇴하자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원인을 유발한 자가 보궐선거 비용을 내야한다며 “오 전 시장에게 구상권을 행사하자”는 등 지역여론이 나돌았으나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못했다. 오 전 시장의 사퇴와 관련해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것은 맞지만 현행 공직선거법에서는 ‘대통령선거 및 국회의원선거에 있어서는 국가의 부담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의원 및 장의 선거에 있어서는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으로 선거일후 보전한다’는 규정이 있을 뿐 재·보궐선거를 유발한 자에게 선거비용을 부담케 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치로 따지자면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이 문제에 관해 일부 시민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국회의원들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여러 차례 제출했다. 2012년과 2013년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이완영 의원이, 2013년에는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박완주, 이원욱 의원이, 2014년에는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이 선거법개정안을 제출한바 있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되다가 국회 임기 만료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지금도 시민단체나 일부 의원, 그리고 정당에서 재보궐선거 비용을 사퇴 등 그 원인을 유발한 당사자 또는 정당이 부담해야한다고 선거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쉽사리 성사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반대논리를 보면 개인과 정당 등 원인자가 부담할 경우 공무담임권을 제약할 수 있고, 헌법상 보장하고 있는 국가선거관리제도의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점, 또한 정당에게 책임을 물을 경우 정당활동의 자유를 제한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 그 이유다.  

내년 4월 7일 실시될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원인을 제공한 정당이 공교롭게도 모두 더불어민주당이어서 미래통합당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위법행위를 저질러 직을 잃는다면 해당 인사를 배출한 정당에 주는 보조금을 깎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국민적 합의가 있다면 개정되는 게 마땅하겠지만 민주당에서는 앞서 헌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등으로 거부가 예견된다. 그렇다 해도 선거가 국민을 위한 것이고, 대다수 국민이 원한다면 원인제공자가 선거비용을 부담하는 법개정은 예산낭비 방지와 책임정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