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1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천지일보 2019.10.17

검사장급 대검 부장들, 친정부 성향으로 채워졌다는 평가

직제개편과 함께 대검 과장·연구관 등 대폭 물갈이 가능성

검찰총장 ‘눈’ 역할하는 수사정보정책관 폐지 얘기도 돌아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조만간 검찰 중간간부 인사도 단행할 예정인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의 ‘외딴 섬’ 신세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추 장관은 지난 7일 단행한 검사장급 이상 간부 인사에서 대검 부장들을 물갈이 했다. 이정수 대검 기획조정부장만 남기고 대검 차장부터 반부패·강력부장과 공공수사부장 등 요직들을 모두 새로 임명했다.

법무부에서 추 장관을 보좌한 조남관 검찰국장은 대검 차장으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지휘를 받던 이정현 1차장검사와 신성식 3차장검사는 각각 대검 공공수사부장과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했다. 추 장관 또는 이 지검장과 관계가 깊은 인사들이 윤 총장 바로 옆에서 윤 총장을 견제할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인사가 잘 됐느냐 아니냐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윤 총장이 의지할 데 없는 외로운 신세라는 건 법조계에선 이견의 여지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조만간 단행될 중간간부 인사에서 대검의 과장·연구관들까지 물갈이 될 경우 윤 총장의 고립무원은 더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검사 임관을 축하하는 의미로 박수를 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검사 임관을 축하하는 의미로 박수를 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3

현재의 대검 과장들 중에선 비교적 윤 총장과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있다. 박영진 대검 형사1과장은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관련 수사를 놓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의 정진웅 부장검사가 지난달 7일 “다수의 중요 증거를 확보해 실체적 진실에 상당 부분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히자 이튿날 박 형사1과장은 “대검 부장회의의 사안 설명 요청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수사 진행 중에 수사상황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깊은 아쉬움을 표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수사지휘권 갈등의 도화선이 된 검찰전문수사자문단의 후보 구성에 대해서도 대검 과장들과 연구관들이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대검 부장들에 친정부 성향 인사들이 대거 배치됐듯 중간간부 인사에도 이 같은 일이 있게 될 경우 윤 총장은 사면이 바다로 가로막힌 외딴 섬 같은 형국이 될 전망이다.

윤 총장에게 희망이 있다면 대검의 참모들에 해당하는 ‘고검검사급’의 필수보직 기간을 1년으로 한 검사인사규정의 존재다. 가장 최근의 중간간부 인사는 추 장관 취임 직후인 지난 1월로 아직 1년이 되지 않았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일 전국 검사장 회의가 열렸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회의 결과를 오는 6일까지 보고 받고 최종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기가 펄럭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0.7.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일 전국 검사장 회의가 열렸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회의 결과를 오는 6일까지 보고 받고 최종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기가 펄럭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0.7.5

다만 지난 1월 인사 때도 필수보직 기간의 예외에 해당하는 직제개편을 통해 장애물을 넘은 만큼 이번 역시 직제개편 카드가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법무부는 대검 기획관·정책관·선임연구관 등 차장검사급 직위를 없애면서 부장검사급으로 낮추고, 형사·공판부 등에 인력을 집중하는 직제개편안을 이번 인사에서 적용할 지 검토하는 중으로 알려졌다.

특히 총장의 ‘눈’ 역할을 한다는 수사정보정책관이 없어질 수 있다고 전해졌다. 수사정보정책관은 범죄 관련 정보를 수집해 총장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 자리가 없어질 경우 윤 창의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법무부는 오는 18일쯤 직제개편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키는 방안을 고려한다고 알려졌다. 중간간부 인사는 그 이후가 되지 않을까 관측된다. 지난 1월에도 검사장급 이상 간부 인사가 8일이었고, 2주가량 흐른 같은 달 23일 그 이하 간부 인사가 단행됐다. 이번에도 직제개편과 통상적 일정에 비춰 약 2주가 지난 뒤 중간간부 인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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