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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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미국과 치열한 분쟁을 하면서 아직도 건재하고 있는 이유가 새삼 무엇인가 궁금하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하고 기술전쟁을 넘어 금융전쟁의 단계에 이르렀는데 겉으로는 멀쩡해 보인다. 어지간한 나라는 항복을 선언하고 고분고분하게 말을 들을 텐데 말이다. 일본 같으면 벌써 꼬리를 내렸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이 다르게 보인다. 그것은 공산당을 중심으로 인민해방군, 언론통제, 국유기업들이 막후에 당이 원하는 대로 작동을 잘하고 있기에 그렇다. 당이 원하는 자금들은 국유기업을 통해 조달이 가능하고, 인민을 통제하고 우민화시키는 것으로는 인터넷과 TV를 활용하고, 인민해방군의 훈련모습과 무기의 우수성을 일방적으로 선전하면서 소위 중국판 국뽕뉴스를 양산해 애국심을 고취 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 삶의 고달픔이 계속 된다면 민심이 이탈해 통치가 어렵게 될 수밖에 없는데, 중국은 팬데믹인 전 지구적 상황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대처해 가고 있고 경제 발전 정도도 가장 높은 기록을 내고 있음을 자랑한다. 인터넷에 방호벽을 설치해 언제든 차단할 일이 있으면 막아버린다. 네이버도 중국에서 검색할 때 가끔 어려움을 겪지만 미국의 구글은 아예 검색이 불가능하다. 페이스북, 트윗도 마찬가지이다. 대신에 세계적 인터넷 기업을 세웠다. 구글과 같은 기능을 하는 중국판 바이두가 있다. 중국판 카카오톡이나 트윗 기능은 위쳇이 한다.

포춘지 선정 세계500대 기업에 들어가 있는 회사가 바이두이다. 소위BATJ(바이두,앨알리바바,텐센트,징둥닷컴)로 불리는 인터넷 기업은 중국을 바꿔 놓았고, 중국인이 세계에 대한 자신감의 표상이 되고 있다. 이것 가지고도 부족하다. 세계 500대 기업 중 작년 120개가 바뀌었는데 바뀐 기업 120개가 모두 중국 기업이다. 한국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몇 개 기업이 들어가 있을 정도이다.

경제력이 지배하는 지구상에서 돈이 어디에 많이 모이는가가 중요하다. 금융시장이다. 자금이라는 것은 이익을 찾아간다. 물은 높은데서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돈은 이익만 보장되면 흘러들어 간다. 중국이 아직까지 버티는 핵심은 돈이 중국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만해도 올해 경제성장률 마이너스 7~8%가 예상된다. 한국도 1~2% 마이너스 성장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플러스 성장이 확실하다. 게다가 금리도 높다. 선진 각국은 0%나 1% 금리 정도에 불과하다. 금리도 높고 성장률도 상대적으로 높은데, 중국으로 돈이 몰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미국이 지금까지 2조 달러 이상 풀었다. 이 금액 중 일부는 중국시장에 들어가기도 했을 것이다. 트럼프의 얘기보다는 펀드매니저들의 결정이 중요하다. 정치인은 입으로만 하지만, 돈을 움직이는 큰손들은 이익이 있다면 무조건 베팅을 한다. 중국만큼 보장된 시장이 없는데, 중국을 제외하고 기타 국가에 투자하는 금융전문가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각국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마구 돈을 풀었다. 각국 GDP의 10% 이상 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돈 중 과잉유동자금이 중국 주식과 채권으로 들어갔다면 미중 전쟁은 시진핑이 원하는 지구전(持久戰)으로 가는 것이 필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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