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반정부 시위가 열린 가운데 한 시위 참가자가 경찰에게 포위당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8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반정부 시위가 열린 가운데 한 시위 참가자가 경찰에게 포위당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경찰-시위대 충돌로 1명 숨져

[천지일보=이솜 기자]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8일(현지시간) 대형 폭발 참사와 관련 정부에 책임을 묻는 대규모 시위가 열린 가운데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해 1명이 숨지고 17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혼란스러운 정국을 수습하기 위해 조기 총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날 가디언, BBC,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수도 순교자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는 수천명이 모였으며 시위대가 경찰과 군인 등과 충돌하면서 유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시위대는 이날을 ‘복수의 토요일’로 정하고 폭발 피해자들을 위해 정의를 세워야 한다고 외쳤다. 

반정부 시위는 작년 10월 경제 위기와 통화 붕괴로 촉발된 이후 이번 참사가 벌어지자 다시 열렸다. 지난 4일 베이루트 항구에서 발생한 폭발로 최소 158명이 숨지고 5천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번 항만 참사는 3천톤에 달하는 질산암모늄이 폭발하면서 벌어졌는데 이미 레바논 지도부는 이에 대한 정보가 있었고, 심지어 이를 옮기라는 경고도 수차례 받았지만 무시한 정황이 나타나면서 국민적 공분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시위대는 정부의 해체와 베이루트 중심부에 이렇게 치명적인 화학물질이 저장될 수 있었던 원인과 상황에 대한 국제적인 조사를 요구했다.

시위에 나온 장 헬라우(24)는 가디언에 “우리에게는 범죄자 대통령이 있고 우리는 그를 죽이고 싶다”며 “나는 작년 10월에 여기에 있었고 화가 났었다. (그때 이후)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레이첼 래디(20)는 이번 참사로 숨진 친구의 사진이 담긴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에 나섰다. 친구의 웃는 얼굴 아래에는 “우리 정부가 날 죽였다”는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래디는 “친구와 나는 10월에도 시위에 왔었다. 친구는 레바논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변화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레바논 적십자와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경찰 1명이 시위대의 공격으로 호텔에서 떨어져 숨졌으며, 시위대와 경찰 172명이 부상을 입었다. 

레바논 지도자들은 현재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아무도 폭발 현장을 찾지 않았고 이를 시도하려던 장관 2명은 쫓겨났다.

디아브 총리는 이날 TV연설을 통해 “10일 의회 선거를 조기에 치르자고 정부에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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