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종배 정책위의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3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종배 정책위의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30

김종인, 장외투쟁 불가 방침

‘콘크리트 지지층’ 이탈 감수

중도‧부동층 끌어오기 ‘총력’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 지도부는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이 추진 중인 8.15 대규모 광복절 집회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통합당이 가지고 있던 극우 정당 이미지를 벗어내기 위한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9일 통합당에 따르면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최근 장외투쟁 불가 방침을 분명히 하며 원내 메시지 투쟁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비공개 비대위 회의에서 한 위원이 ‘광복절에는 장외투쟁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목소리가 있다’고 언급하자 “장외집회를 하게 되면 우리 당이 결국에는 다시 과거로 회귀하게 되는 것”이라며 “원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식으로 하는 게 맞다. 각 의원들이 발언을 통해 국민들에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의 실상을 알려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 시절 당 차원에서 주최한 집회만 40번에 이르면서 아스팔트 정치를 펼치던 시절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국당도 작년 8.15 집회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8월 24일 광화문에서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었다.

이어 10월 3일 개천절 집회, 9일 한글날에도 당 차원에서 대규모 ‘조국 반대’ 시위를 열었고 당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빠짐없이 참석했다. 특히 광복절 집회는 통합당의 강성 지지자들에게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콘크리트 지지층’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당 지도부는 참석해 왔었다.

그러나 대규모 장외집회를 진행할 때마다 투입되는 비용과 당직자와 보좌진 등의 피로감이 엄청났다. 또한, 보수단체들이 주최하는 집회였기에 국민들에게도 ‘극우’, ‘꼰대’ 정당이라는 이미지만 강해져 여론이 악화했고, 당 혁신과 보수 통합의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6

지난 4.15 총선 참패 이후 출범한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당 혁신과 체질 변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중도와 부동층의 일부를 흡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정부‧여당의 연이은 실책으로 인해 당 지지율이 상승세에 돌입한 상황에서 다시 보수 세력과 손을 잡을 이유도 크게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7월 임시국회에서 윤희숙 의원의 5분 자유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여론전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도 민변 출신 권경애 변호사의 폭로로 인해 오히려 ‘권언유착’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통합당은 이번 사건의 실체를 파악해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에 국회 과방위 전체 회의를 열자고 압박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전체회의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통합당은 오는 9월 정기국회 전까지 원내 메시지 투쟁을 이어가며 여론전을 선도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비공개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7월 임시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질주를 막진 못했지만, 장외로 나가지 않고 원내 메시지 투쟁에 집중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야당으로서 무력한 것이 보일지라도 의회민주주의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더 이상 다른 방법은 없고, 의원들이 토의 과정을 통해 실상을 제대로 지적해서 국민들이 알 수 있게 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대응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은 정부‧여당의 정책 실패로 통합당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국면에서 ‘콘크리트 지지층’이 일부 빠져나가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중도‧부동층을 끌어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