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비닐하우스(구례=연합뉴스) 9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의 비닐하우스가 전날 침수 피해로 주저앉아 있다.
9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의 비닐하우스가 전날 침수 피해로 주저앉아 있다. (출처: 연합뉴스)

집중호우로 ‘사망·실종’ 50명

2011년 이후 최악의 물난리

태풍북상, 10일 직접적 영향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최악의 물난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산사태·침수 등 집중호우로 인한 재난 상황에 사망·실종자는 50명에 달하며 피해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6월 24일 중부지방에서 장마가 시작된 이후로 47일째인 이날까지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38명이며, 실종자는 12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와 실종자를 합하면 총 50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풍수해 인명피해 기록(잠정 17명)을 훌쩍 뛰어넘은 수다. 이같은 최악의 물난리는 지난 2011년 호우·태풍 피해 규모(실종·사망 78명) 이후 9년 만의 일이다.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첫 인명피해 사례는 경남 함양에서 나왔다. 지난달 13일 함양에서 배수로 작업을 하던 남성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같은 달 23~25일엔 부산 지하차도 침수 사태로 3명이 숨졌다.

8일 오전 전북 남원시 산동면 대상리 요동마을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바위와 토사가 인근 주택을 덮쳤다. (출처: 연합뉴스)
8일 오전 전북 남원시 산동면 대상리 요동마을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바위와 토사가 인근 주택을 덮쳤다. (출처: 연합뉴스)

지난달 30일엔 대전에서 통제된 지하차도를 지나던 행인 1명이 물에 빠져 사망했다. 이어 이달 1일부터 수도권, 충청, 전남 지역에서 연달아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산사태 등으로 인해 총 30명이 목숨을 잃었고 12명이 실종됐다.

침수 피해도 컸다. 전날 최대 450㎜에 이르는 ‘물폭탄’이 쏟아지며 피해가 속출한 경남에선 9일 오전 창녕군 이방면 장천리 구학마을과 죽전마을 등 2개 마을이 침수됐다. 마을이 물에 잠기면서 주민 156명은 긴급히 인근 초등학교로 대피했다.

충남 금산에선 용담댐이 초당 3200t의 물을 방류하면서 물이 불어났고, 이로 인해 부리면과 제원면의 하천 제방이 무너졌다. 이에 인근 93세대 주민 248명이 마을회관이나 초등학교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전북 남원에선 전날 금지면 귀석리 소재 섬진강 제방이 무너졌다. 인근 주민 300여명은 붕괴 전 긴급 대피했다. 제방 붕괴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주변 농경지와 마을 70여 가구가 침수했다.

이같이 집중호우 피해가 커진 데는 올해 장마가 유례없이 긴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중부지방의 경우 장마가 가장 길었던 해는 2013년의 49일이다. 올해는 6월 24일 이후 47일째 장마가 이어지면서 장마 기간의 기록 경신을 앞두고 있다.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연일 내린 집중 ‘폭우’에 담양군 도로 곳곳이 침수돼 물바다로 변해버린 가운데 담양읍 객사2길, 객사4길 주변 ‘차도’와 ‘인도’가 물에 잠겨 주민들이 물위를 걸어가고 집으로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8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연일 내린 집중 ‘폭우’에 담양군 도로 곳곳이 침수돼 물바다로 변해버린 가운데 담양읍 객사2길, 객사4길 주변 ‘차도’와 ‘인도’가 물에 잠겨 주민들이 물위를 걸어가고 집으로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8

중부·수도권·남부 등 지역에서 번갈아가며 쉴 새 없이 물폭탄이 쏟아졌고, 이 때문에 약해진 지반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잇따라 산사태를 일으키면서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문제는 태풍으로 인해 피해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일본 오키나와 남쪽 해상에서 제5호 태풍 ‘장미’가 발생했다. 예상 경로대로 북상하면 10일 오후 경남 해안에 상륙하고 올해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첫 태풍이 된다.

이에 따라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이날부터 오는 11일까지 사흘간 지역별로 100~300㎜의 비가 예상된다. 특히 중부지방의 경우 최대 500㎜ 이상 내리는 곳도 있을 전망이다.

태풍 장미는 현재 중심기압 1000hPa이며, 강풍반경 약 200㎞, 중심 최대풍속 초속 18㎞의 세력을 유지하며 북상하고 있다. 정체전선과 태풍에 동반된 비구름의 영향으로 인해 10일엔 전국적으로 비가 오겠고, 11일엔 중부지방·전라도에 비가 내리겠다.

중부지방은 10일 새벽까지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집중돼 쏟아지겠고, 남부지방의 경우 10일 밤까지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매우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제 5호 태풍 장미(JANGMI). (출처: 기상청) ⓒ천지일보 2020.8.9
제 5호 태풍 장미(JANGMI). (출처: 기상청) ⓒ천지일보 202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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