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입구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 학생들이 정부의 의사 정원 확대안에 대해 반대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입구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 학생들이 정부의 의사 정원 확대안에 대해 반대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전공의 6천여명 여의도 집회

정부 “지역불균형 문제 개선”

의료계 “부실의대 양성” 비판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대응에 앞장섰던 의료인들이 최근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집단 휴진(파업)을 하는 등 단체행동에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 7일 의대정원 증원,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파업을 하고, 서울 여의대로에서 6000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정부는 전공의를 포함해 의료계와 계속 대화하며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재로서는 양측 입장에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개원의 위주의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오는 14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여서 자칫 신종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진료 차질과 의료 공백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일부 의료단체 등이 집단휴진 등을 논의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집단행동은 자제하고, 대화·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800만명을 넘어섰다. 아직도 코로나19는 진행형”이라며 “그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헌신한 의료계 노력에 감사드리면서 한편으론 집단행동에 대한 움직임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 (출처: 뉴시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 (출처: 뉴시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번 의과대학 정원 확대 조치는 방역 강화를 위한 역학조사관 확보와 의·과학자 양성 등 대한민국 의료발전을 위한 인력확충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국민이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치료에 편차가 생기는 불균형 문제를 개선하고 모든 국민이 어디서나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의료인력을 확충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차관은 해당 방안에 대해 “기존 의과대학 입학정원인 3058명을 2022년부터 최대 400명 늘려 10년간 한시적으로 유지한다”며 “이를 통해 4000명의 의사를 추가 양성하고, 이 인력은 의사가 부족한 지방, 특수전문분야, 의·과학분야에 종사토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의사 정원 확대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 의사 수는 평균 13만명 수준이나,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의사 수는 10만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OECD의 평균 의사 수만큼 필요한 활동 의사 수는 약 16만명이다. 이와 비교했을 때 절대적으로 의사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며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김 차관은 이어 “지역별로 보더라도 서울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3.1명인데 반해 경북은 1.4명, 충남은 1.5명에 불과하는 등 서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지역 편차가 매우 크고 지역의 의사 수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6일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통해 “의대정원 확충은 국민과 국가를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점을 이해해달라”며 의료계를 향해 협조를 요청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천지일보 2020.2.1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천지일보 2020.2.18

그는 “의대정원 확충은 지역의 의료서비스 질을 높여 어느 지역에 살든지 우수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며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지역의료 격차를 해소하고 자생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감염병 등 특수분야 의사와 의과학자를 확충하는 것이 의대정원 확충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의료계는 현재 인구 감소율과 의사 증가율을 놓고 봤을 때 의사 수는 충분하다고 이의제기를 하면서 의대정원 증원 계획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의료계에선 특히 10년간 의무복무를 해야 하는 지역의사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역의사제가 오히려 의대생의 진로 탐색과 수련 과정을 가로막는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대전협은 집회를 통해 “정부가 제대로 된 논의·근거도 없이 4000명 의대정원 증원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려 한다”며 “무분별한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전면 재논의하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정책은 본래의 취지인 지역·공공 필수의료 활성화가 아니다”라며 “현재도 왜곡돼 있는 의료를 더 왜곡시키고, 건강보험 재정을 고갈시키는 자승자박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민간병원과 지방병원보다 수도권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국민이 많은 상황에서 의무복무하는 지역의사를 선택할 것이라는 생각은 ‘망상’에 가깝다고 지적하며 “한명의 의사를 키우는데 2~3억원의 비용이 든다. 현재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의사 증원을 위해서는 1조원 이상의 세금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 의대 설립’ 정책을 반대하며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7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전공의들이 7일 서울 여의대로에 모여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 의대 설립’ 정책을 반대하며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7

이어 “정원 50명의 서남의대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해 폐교시킨 나라에서 또 다시 부실 의대를 양상하는 포퓰리즘적 정책을 내놓은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며 “오로지 꼼꼼한 설계와 충분한 논의를 통해서만 정책의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정부와 여당은 지금이라도 다시 귀를 열고 젊은 의사들의 외침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지난 6일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에서 대전협의 집단휴진과 관련해 “‘의사는 기득권이며 의사의 단체행동은 집단이기주의, 밥그릇 지키기이다’라는 편견을 잠시 접어두고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번 정책에는 의사들이 지방으로 내려가지 않는 이유와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이 부족한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이 빠져있다”며 “정부는 쉬운 길을 택했고 10∼20년 뒤 이 실패한 정책의 영향을 고스란히 몸으로 감당하게 되는 것은 오직 당사자인 의사와 환자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대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파업을 하루 앞둔 6일 오후 김강립(왼쪽) 보건복지부 차관과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이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와 대한전공의협의회 간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의대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파업을 하루 앞둔 6일 오후 김강립(왼쪽) 보건복지부 차관과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이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와 대한전공의협의회 간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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