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속전속결로 내놓는 부동산정책이 서민들을 분통 터지게 하고 있다. 얼마 전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이 나쁜 현상은 아니다”며 “모두가 월세 사는 세상이 온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거나 은행에 이자를 내거나 결국 월 주거비용이 나가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 한마디는 여당이 얼마나 현실을 모르는 탁상정책을 하는지 방증한다. 어쩔 수 없이 월세 사는 서민들, 혹여라도 월세를 살게 될까 전전긍긍하는 전세 세입자들에게 염장 지르는 소리다. 월세와 전세의 은행이자는 일단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전세는 결국 목돈이 돼 내 집 마련의 징검다리가 되지만, 월세는 내고 사라질 뿐이다. 대한민국에만 존재하는 전세정책은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뤄가는 실질적인 사다리 역할을 한다. 월세보다 전세 이자가 훨씬 낮다. 월세는 주고 없어지지만 전세는 목돈이 되고 내 집 마련의 꿈에 다가서게 한다.

최근 통과된 부동산 정책을 보면 여당의 본심이 “세금만 잘 내라”가 아닌가 싶다. 지난 4일 여당이 처리한 부동산 관련 법안은 주택을 취득·보유·양도·증여하는 전 과정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행 최고 3.2%인 종부세율을 6%로, 양도세는 최고 72%까지 높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들도 주택을 살 때, 팔 때, 보유할 때, 증여할 때 내는 모든 세금이 크게 늘어난다. 다주택자를 줄이려면, 취득세, 양도세, 거래세를 크게 내려 매물이 시장에 나오게 해야 한다. 그러나 팔면 세금폭탄이 쏟아지는 마당에 집을 내놓을 이유가 없어졌다. 또 1주택자에게만은 각종 세금을 줄여야 다주택자를 막는다는 정부 시책과 일치한다. 그러나 팔지도 사지도 못하게 하는 정부의 주택정책은 “세금만 잘 내라” 그래서 그 세금으로 포퓰리즘 정치를 펴겠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여기에 이제 전세도 적폐로 몰아가는 분위기니 모든 국민이 월세를 사는 것이 여당이 꿈꾸는 세상인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여당이 내놓는 주택정책은 마치 공산국가에서 지주층을 짓밟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전셋집 발판 삼아 힘들게 내 집 한 채 겨우 마련한 서민들을 하루아침에 투기꾼 취급하고 이제 전세마저 없어져야 할 적폐로 모는 여당. “세금만 잘 내라” 그게 여당이 원한 부동산정책의 진짜 방향인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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