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천지일보DB
코끼리. ⓒ천지일보DB

'북극곰이나 호랑이가 사라지는 것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 코뿔소나 푸른바다거북 등과 같은 초식동물의 멸종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미국 유타주립대학 생태학자 트리샤 애트우드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육식 동물이 멸종 위기에 가장 취약하다는 통념과 달리 진짜 멸종 위기에 처한 것은 초식 동물이라는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최신호에 발표했다.

유타주립대와 외신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플라이스토세 후기(약 1만1천~5만년 전) 멸종 동물을 포함해 약 4만4천600여종에 달하는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 등의 먹이와 먹이그물 내 위치, 몸집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비교 분석했다.

연구팀은 현존하는 2만4천500여종의 동물 중에서 초식동물은 4종 중 1종꼴인 25.5%가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분석했다. 육식동물 17.4%, 잡식동물 15.8%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런 분석은 육식동물이 넓은 행동권을 갖고 있고 번식률이 낮아 멸종 위기 위험이 가장 높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는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이미 멸종된 동물 중에서도 초식 동물의 멸종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애트우드 박사는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라면서 "사자나 늑대처럼 우리에게 잘 알려져 친숙해진 관계 때문에 육식 동물이 다른 어떤 동물그룹보다 더 많이 사라지고 있다는 근거 없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초식 동물을 멸종의 대명사처럼 생각할 필요가 있다"면서 북극곰이나 호랑이 대신에 초식 동물의 멸종을 걱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약 100만년 전에도 몸집이 큰 초식 동물이 멸종하면서 지구의 식생(植生)을 변화시키고 산불 양상을 바꿨을 뿐만 아니라 생물지화학적 순환(biogeochemical cycling)에도 영향을 줘 기후변화까지 초래했다면서 현재 1천㎏ 이상 몸집을 가진 대형 초식 동물들이 곧 같은 운명에 처할 수 있으며, 이것이 지구와 인간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모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사냥과 토지이용 변화 등으로 초식 동물이 줄어들면서 식생 및 산불 양상이 바뀌고 영양 순환이 파괴되는 등 약 100만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기 시작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지구 먹이그물의 토대가 되는 초식 동물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데 전략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육식 동물도 걱정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라면서 죽은 고기를 먹는 독수리나 물고기를 잡아먹는 바닷새 등도 멸종할 위험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마이애미대학 생물학자 마우로 갈레티 교수는 AP통신과의 회견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멸종동물) 보존 프로젝트가 대부분 최상층 포식 동물에 맞춰져야 한다는 편견을 바꿔놓는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대형 초식동물은 특히 숲과 같은 곳에서 중요하며 "초식동물이 없는 세계는 자연생태계에 재앙"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