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10.1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동훈 검사장. ⓒ천지일보 2019.10.17

수사팀, 이 전 기자 구속기소

공모 여부 등 결론 못 내려

한동훈 “애초 공모는 없었다”

이동재 “강요미수 무죄 명백”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검언유착’ 수사팀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구속기소했다. 관심을 모았던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에 대한 기소는 이뤄지지 않았다. 한 검사장은 “이젠 ‘권언유착’을 수사해 달라”며 공세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는 5일 이 전 기자를 형법상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후배 백모 기자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기자와 백 기자는 2020년 2~3월 중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검찰이 앞으로 피해자 본인과 가족을 상대로 강도 높은 추가 수사를 진행해 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취지의 편지를 수차례 보내는 등 협박, 특정 인사에 대한 비리를 진술하도록 강요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29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이 공개한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제공: 서울중앙지검)
29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이 공개한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제공: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한 검사장 비협조로 수사 장기화”

관심을 모았던 한 검사장의 공모 여부 등은 기소 내용에 담지 않았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한 검사장이 공모한 것으로 보고 기소를 결정했다는 얘기도 돌았으나 일단 수사팀의 선택은 기소 보류였다.

검찰은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에 대해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으나 본인이 비밀번호를 함구하는 등 협조하지 않아 수사가 장기화하고 있다. 1회 피의자 조사도 종료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 검사장 기소 강행 기류에 수사팀 일부 검사들이 출근을 거부하고 있다고 알려지는 등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확실한 증거 없이 공모 여부를 적시하거나 기소하는 데엔 정 부장검사나 서울중앙지검 결재라인이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오늘 기소된 2명을 제외한 나머지 관련자들 및 관련 고발사건 등은 계속 수사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심의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차량을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07.24.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심의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차량을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07.24.

◆한 검사장 “정진웅 부장 수사 배제하라”

기소가 보류된 이날 한 검사장 측은 입장문을 내고 “애초에 공모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중앙지검이 공모라고 적시 못 한 것은 당연하다”며 “이 사건을 ‘검언유착’이라고 왜곡해 부르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 검사장 측은 “한 검사장은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수사에 응했다”며 “‘KBS 거짓보도’에 이성윤 지검장 등 중앙지검 수사팀이 관련 없다면 최소한의 설명을 해줄 것과 한 검사장을 독직폭행한 주임검사 정진웅 부장을 수사에서 배제해줄 것을 요청 한다”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 중앙지검이 진행하지 않은 MBC와 의혹 제보자, 정치인 등의 ‘공작’ 혹은 ‘권언유착’ 부분에 대해 이제라도 제대로 수사할 것을 요청한다”고도 했다.

권언유착이란 검언유착 의혹의 최초 제보자 지모씨와 일부 정치인·언론이 짜고 함정을 파 취재를 유도했다는 취지의 의혹 제기다.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심의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차량을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07.24.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심의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차량을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07.24.

◆이 전 기자 “앞으로 검찰 수사 대응 안 해”

이날 기소된 이 전 기자 측 변호인도 입장문을 내고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에서 ‘이 전 기자 기소 여부’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던 만큼 공개된 재판 과정에서 ‘강요미수죄’의 증거관계와 법리를 적극 다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전 기자 측은 “최근 대법원 판결들의 무죄 취지를 종합하면 본건은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제압할 만큼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없는 사안임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또 “검찰과 언론이 유착된 사안이 전혀 아님에도 수사심의위의 압도적 권고를 무시하고 (검찰이) 계속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며 “향후 검찰의 소환 조사나 추가 증거 수집에는 일정 대응하지 않을 예정이고 공개된 재판에서 본건의 시비를 명백히 가리겠다”고 강조했다.

후배 기자까지 기소된 것에 대해선 “협박의 주된 수단인 편지를 이 전 기자 혼자 쓴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두 차례 동석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2년차 기자까지 공범으로 기소한 것은 공소 권한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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