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천지일보 2017.11.29 DB
국가인권위원회. ⓒ천지일보 DB

범죄수사규칙에 관련규정 마련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증거물 등을 임의제출 받은 경우 임의성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5일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A씨는 “피의자 신문을 받는 과정에서 담당 경찰관이 동의도 구하지 않고 봉인된 소지품을 열람하고 복사했다”며 “변호인을 선임한 후 진술하겠다고 했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조사를 강행했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담당 경찰관은 “A씨에게 추후 소지품을 확인한다고 고지한 후 이를 봉인했다”며 “봉인을 해제하는 과정에서 범죄혐의와 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자료를 발견해 A씨의 동의를 구한 후 해당 자료를 복사해 피의자 신문조서에 첨부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조사 결과 담당 경찰관은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A씨의 물품을 해제해 자료를 열람했고, 그 중 일부 서류를 확인한 후 복사해 조서에 첨부했다는 사실을 조서에 기재했다”며 “그러나 해당 내용에 A씨의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기재돼 있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A씨는 피의자 신문 초기에 담당 경찰관에게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행사한다는 의사를 밝히며 변호인 선임을 위해 자신의 모친에게 연락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관은 모친과 연락할 수 있도록 해줬을 뿐 변호사를 선임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고 바로 A씨에 대한 피의사실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경찰관은 “A씨가 변호인 선임 후 조사를 받겠다며 진술을 거부해서 모친에게 연락해 줬다”며 “이후 모친이 도착할 때까지 A씨에 대한 피의자 신문을 진행했는데, 이는 검사의 수사지휘 및 체포시한의 임박에 따른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했다.

인권위는 수사기관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임의제출 명목의 강제적인 압수를 행할 우려가 있으므로, 제출에 임의성이 있다는 점에 관해서는 수사기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해야 한다고 봤다.

또한 해당사건에서 A씨가 임의 제출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만한 동의서 등 관련 자료가 없으므로 해당 소지품을 임의로 제출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보고, 해당 경찰관의 행위를 헌법 제1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현재 범죄수사규칙은 임의제출임을 입증할 자료의 작성과 관련해 폭넓은 재량사항과 한정적인 의무사항만을 규정하고 있다”며 “수사의 절차적 적법성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는 수사기관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증거물 등을 임의제출 받은 경우 임의성이 침해되지 않도록 수사관을 대상으로 적법절차에 관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 ▲임의제출에 대한 피조사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도록 범죄수사규칙에 관련규정을 마련할 것 ▲피의자가 조사과정에서 변호인을 선임하겠다고 의사를 표시한 경우 즉시 조사를 중단하고 변호인 조력권 보장을 위해 상당한 편의를 제공할 수 있도록 범죄수사규칙에 관련 규정을 마련할 것을 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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