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 TV는 3일 폭우 관련 일기 예보를 하며 이날 저녁부터 6일까지 개성시, 평안 남북도, 황해 남북도를 비롯한 지역에서 500mm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릴 것이며, 해당 지역에는 '특급 경보'가 발령됐다고 보도 했다. (사진=조선중앙 TV 캡처) 2020.08.03. (출처: 뉴시스)
북한 조선중앙 TV는 3일 폭우 관련 일기 예보를 하며 이날 저녁부터 6일까지 개성시, 평안 남북도, 황해 남북도를 비롯한 지역에서 500mm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릴 것이며, 해당 지역에는 '특급 경보'가 발령됐다고 보도 했다. (사진=조선중앙 TV 캡처) 2020.08.03. (출처: 뉴시스)

北기상수문국, 500㎜ 물폭탄 예고

코로나19 대응에도 전방위적 ‘봉쇄령’

전문가 “北경제, 中지원으로 최악 아닐 것”

“北경제 위기, 남북관계 개선 계기 될 수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북한 경제난이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에는 ‘기록적인 폭우’까지 쏟아지면서 북한 당국의 시름이 커져가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천명한 국가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마무리되는 해인지라 마땅한 성과물을 내놓아야 함에도 결과물은커녕 당장 사흘 넘게 이어질 폭우와 비바람 피해를 막기에도 역부족인 상황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여부가 관심인데, 한편으론 남북관계 진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北, 호우 특급경보 발령… 대비책 강조

북한이 연일 폭우에 대한 대비책을 강조하고 나섰다.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매체들은 4일 기상수문국(기상청) 자료를 인용해 “3일 밤부터 6일 오전까지 대부분 지역에 폭우를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며 “평안남북도, 황해남북도, 개성시와 자강도 남부, 강원도 내륙 일부 지역에 폭우·많은 비 특급경보가 내려졌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서해안과 자강도, 함경남도, 강원도 내륙에는 중급경보, 양강도 북부와 함경북도 북부, 나선시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 주의경보가 발령됐다.

특급경보가 내린 지역에는 이날부터 6일까지 500㎜ 이상의 매우 많은 비가 예보됐고, 서해안 일부 지역에서는 초당 10m 이상의 센바람도 불 것으로 내다봤다.

방송은 현장 상황을 언급하고 “인민 경제 모든 부문에서는 폭우와 많은 비, 큰물(홍수), 센바람에 의한 침수, 저수지 범람, 산사태 등 재해를 막기 위한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거듭 당부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날 4면 대부분을 할애해 “전국 각지에 폭우를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신문은 이어 하천 정리와 배수로 정비, 제방 보강, 농경지 배수·양수기 전력보장 노력을 소개하고, 특히 “탄광 및 광산 지역에서는 미광(광물 찌꺼기)과 폐수가 하천으로 흘러들지 않도록, 도시에서는 상하수도 등을 정비해 도로와 주거지에 물이 차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무더기비가 쏟아져도 물이 쭉쭉 빠질 수 있게 높아진 바닥은 파내야 한다”며 “배수양수기들이 모두 가동할 수 있게 전력보장 대책을 빈틈없이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북한 매체들은 북측의 폭우 피해 상황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까지 주민들의 생활상을 전하면서도 피해 규모는 알리지 않았다.

박봉주, '코로나 방역 전선' 남포항 현지시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 남포항을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대안중기계연합기업소와 남포대경수산사업소, 영남배수리공장 등 생산현장을 돌아봤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영남배수리공장을 현지 시찰하는 박 부위원장. 2020.8.4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출처: 연합뉴스)
박봉주, '코로나 방역 전선' 남포항 현지시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 남포항을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대안중기계연합기업소와 남포대경수산사업소, 영남배수리공장 등 생산현장을 돌아봤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영남배수리공장을 현지 시찰하는 박 부위원장. (출처: 연합뉴스)

◆北간부들, 코로나19 방역 실태 잇단 점검

코로나19 방역 대책 강화에도 집중하는 모양새다. 북한은 최근 고위급 간부를 잇따라 코로나19 방역 현장에 투입하면서 방역 사업이 잘 진행되는지 여부를 살피고, 나아가 지역의 민생까지 두루 둘러보는 행보를 펴고 있다.

노동신문은 이날 북한 ‘권력 서열 3위’인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부위원장의 남포항 방역사업 실태 점검 소식을 전하며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대한 경계심을 높였다. 남포항은 북한 최대의 물류기지로, 평양의 관문이다.

앞서 북한 매체들은 지난달 30일 북한 내 2인자인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개성시 인근 지역을 방문해 코로나19 방역사업 실태를 점검했다고 전한 바 있다.

박 위원장은 이외에도 대안중기계연합기업소와 남포대경수산사업소, 령남배수리공장 등 남포시의 여러 경제 현장을 방문했다.

아울러 노동신문은 첫 머리에 ‘최대비상체제는 고도의 각성과 엄격한 준수를 요구한다’ 논설을 싣고 “악성 비루스(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사업은 사회와 집단, 국가 안전과 인민의 생명과 직결된 중대한 사업”이라며 “비상방역지휘부의 지휘에 하나와 같이 절대복종하고 움직이는 질서를 엄격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상황과 관련해선 “비상사태에 직면한 오늘의 현실” “맞다든(맞닥뜨린) 방역위기”라고 표현하는 등 방역 고삐를 바짝 조였다.

북한은 지난달 개성 출신 탈북자의 월북 사실을 확인하자 25일 바로 정치국 비상확대 회의를 열어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격상하고,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국경과 철도·항만을 통해 반입되는 물자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는 등 전방위적 대책을 세우고 있다.

◆北경제난, 최악 관측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장기화로 경제난이 심화한데다, 폭우 피해와 코로나19 감염 우려까지 겹치면서 북한 경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미국 농무부가 위성 자료 등을 분석해 추정한 북한의 올해 쌀 수확량은 136만t으로, 북한의 연간 쌀 수요량인 550만t에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비료수입이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 1~4월 북한의 대중 비료 수입량은 지난해 대비 4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장마철 폭우까지 덮쳤다. 장맛비는 농작물 작황에 치명적인 요소다. 북한은 지난해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식량난을 경험한 바 있다.

또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국경을 봉쇄한 이후 중국과의 무역액도 급감했다. 지난 1분기에 비해 다소 회복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반토막 수준이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달 북중 무역액은 9680만 2천 달러(약 1158억원)로, 전년 동월( 2억 2663만 9천 달러) 대비 57% 감소했다.

이뿐 아니라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북한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6%로 전망했다. 연초전망 3.7%보다 10%포인트나 내려간 수치다.

신범철 한국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엎친데 덮친격으로 북한이 3중고에 빠졌다”면서도 “지난 90년대 고난의 행군 때와는 달리 중국과 협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최악의 위기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신 센터장은 “북한의 경우 미국과의 전략적 문제가 흐트러진 상황에서 남측과의 단기 협력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갖고 있지 않지만, 중국은 지원을 해도 필요최소한도로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상황에 따라서 우리 정부에 인도적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2일 보도했다. 단상에 김 위원장의 좌우로 김여정 당 제1부부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김재룡 내각 총리 등이 서 있다. (출처: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2일 보도했다. 단상에 김 위원장의 좌우로 김여정 당 제1부부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김재룡 내각 총리 등이 서 있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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