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란 과연 무엇일까? 그 정의(定義)에 대해선 일반인, 정치인, 학자들마다 각기 달라 여러 가지 답이 있겠지만 보편적 정의로 본다면 아마도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주의일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인간의 존엄성은 개개인이 지킨다고 지켜지는 게 아니라 국가가 마련한 제도적 기반 위에서 국가기관에 의해 보호 장치 내지 운영이 명백히 확립될 때만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게 볼 때 민주주의는 정치권력이나 사법권력과도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관계로 권력은 사회구성원이 바라는 이념, 자유, 평등, 정의 등에 반하지 않아야 함은 불문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지난 3일 열린 신임검사 임관식 등에서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추 장관이 ‘검찰은 국민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탄생한 기관이고, 검사는 인권 옹호의 최고 보루’라고 한 말을 곱씹어볼 만한데,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국민의 천부인권(天賦人權)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당연지사(當然之事)로 ‘검사는 절제되고 균형 잡힌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그 말에는 공감이 가는 편이다. 

그렇지만 그 다음에 나온 “검찰에 집중된 과도한 권한은 분산하고 검경이 상호 견제하고 균형을 이뤄 민주적인 형사사법 제도로 가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라거나 “검찰의 역할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며 여전히 부패·경제·선거 등 중요 법은 검찰의 몫이라는 등 말은 이상론이지, 현재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정부·여당의 결정에서 본다면 현실과의 괴리감이 없지 아니하다. 정부·여당의 검경수사권 조정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검찰 힘 빼기와 통제가 미흡한 상태에서 경찰 권한 대폭 확대는 자칫 경찰권의 남용을 걱정해야할 판이다. 그럼에도 검경이 균형을 이뤘다는 말은 검찰을 대표하는 법무부 장관이 해야 할 말인지 선뜻 분간이 되지 않는다. 

경찰권 남용 방지대책이 갖춰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정부·여당에서는 검경수사권 조정을 서둘러 확정한 것인바, 이로 인한 검찰 내부의 우려가 크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경수사권 조정이나 추 장관의 (신임검사에 대한)절제된 행사 주문보다 차원 높게 진짜 민주주의를 염려했고, 헌법정신을 옹호했다. 윤 총장은 ‘절차적 정의를 준수하고 인권을 존중해야 하는 것은 형사법 집행의 기본’이라며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라 강조한 것이다. 

윤 총장이 신임검사에게 던진 화두는 민주주의의 탈을 쓴 독재와 전체주의를 몰아내자는 것인바, 무엇보다 국민으로 위임받은 법 집행을 엄정히 해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를 외면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 진짜 민주주의의 정의를 곧추세우자는 의미일 것이다. 법의 지배(Rule of law)가 통하는 국가·사회를 위해 ‘민주주의 허울 쓴 독재·전체주의’는 뿌리째 뽑아내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검찰의 기본적 직무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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