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중고등학교 학생의 학력 저하가 통계로 나타났다. 교육부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 사이 중고등학생의 수학 기초학력 미달(학업성취도 평가에서 100점 만점 기준 20점 미만 점수를 받은 학생) 비율이 2배 증가했다. 진보교육감들이 추진해온 혁신학교, 자유 학년제, 특목고 폐지로 인한 하향 평준화 정책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탓이 크다. 학생의 학력 수준은 미래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자원이 부족한 나라는 인재를 길러내는 게 최고의 자원이다. 그런데도 교육정책이 인재가 길러지는 토양을 없애 하향 평준화를 지향하니 학력 수준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등교를 제대로 못 하고 온라인 수업 위주로 1학기를 보내면서 학력 저하가 더 심각하다. 부모나 사교육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류층과 도움을 받지 못하는 중류층 이하 아이들의 학력 격차 또한 심해지고 있다.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이 뛰어난 상위권 학생의 성적 변화는 거의 없는 반면에 학교에서 지도해야만 공부 습관이나 성적이 유지되는 중위권 학생의 경우 대부분 하위권으로 처지며 학력 수준이 하락했다. 학급 인원수가 적은 시도는 2주에 1주일씩 등교한다. 서울의 경우 3주에 1주일씩 등교를 한다. 3주에 1주일 등교하니 수업은 아예 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오로지 수행평가와 지필고사에 시간을 쏟느라 중위권 아이들의 학력 저하를 막을 학교의 역할이 턱없이 부족하다.

등교일수가 적을수록 맞벌이 가정이나 취약계층 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두드러져 2학기에는 등교일수를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학부모가 많다. 다양한 이유에 의해 발생하는 학력 격차를 줄이는 게 공교육의 역할이지만, 감염 우려 때문에 쉽사리 등교를 늘리지 못하니 학교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기초학력 저하도 심각해 2학기에도 제대로 등교하지 못하면 올해 배운 내용을 내년에 다시 가르쳐야 한다는 교사들의 자조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가히 ‘코로나 유급’ 수준이다. 시험문제를 아무리 쉽게 내도 아예 풀 엄두를 내지 못한다니 2020년 세대는 영원히 역사에 기록될듯하다.

코로나19로 갑자기 시작하게 됐지만, 온라인 수업은 분명 우리 교육이 미래에 지향할 방향이 맞다. 백신이 개발되지 않는 한 등교가 예전처럼 정상화되긴 어렵다는 전제하에 먼저 맞벌이 부모의 아이들, 온라인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저소득층 아이들, 쌍방향 수업이 불가능한 학교의 시스템 문제부터 국가가 책임지고 해소해야 한다. 학교와 부모는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학력 격차의 골을 어떻게 메워야 할지 대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아이들에게 스스로 공부법을 가르치지 않고 사교육에만 맡겨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공부를 안 하는 습관이 형성된 아이는 온라인 수업 시대에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과 유튜브와 같이 자라온 아이들이 공부를 쉽게 포기하고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에서는 자기통제력과 스스로 공부법이 경쟁력이다. 사교육에 맡기기보다 공부 습관을 잘 길러준 아이들이 올해 같은 상황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공부도 소질이고 유전적, 환경적인 요인이 크게 좌우한다. 공부에 소질이 없는 아이에게 무조건 사교육 시킨다고 나아지지 않는다. 학교 우등생이 사회 우등생이 아닌 걸 알면서도 경쟁에 뒤처질까 두려운 부모의 욕심이 아이들을 사교육으로 내몬다. 공부에 소질이 없다면 공부 외에 자신이 잘하는 분야의 소질을 찾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사랑으로 보살펴 착한 성품을 길러주는 게 낫다. 자녀를 대학까지 졸업시킨 부모들이 가장 후회하는 게 아이의 소질을 무시하고 허리띠 조여가며 쏟아부은 사교육비라고 한다. 부모의 노후를 담보로 아이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모는 건 가장 지양해야 할 투자다.

올해는 과도기라 하더라도 내년에도 온라인 수업이 진행된다면 학교와 교사도 제대로 된 온라인 수업을 선보여야 한다. 언제까지 시스템 핑계 대고 EBS 강의만 링크 걸고 있어선 안 된다. 강남에서는 온라인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학원에 가 공부한다고 한다. 학원에서 배운 내용을 평가만 하는 기관으로 학교를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조금 더 온라인 수업에 집중하도록 종합적인 보살핌을 학교와 교사가 해야 한다. 학생이 오지 않는 학교가 편하다고 대비 없이 시간을 보내면 학교의 존재를 미래에는 보장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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