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 호우 피해 지역 현장. (제공: 충청남도) ⓒ천지일보 2020.8.4
충남도 호우 피해 지역 현장. (제공: 충청남도) ⓒ천지일보 2020.8.4

동시베리아 ‘이상고온’ 여파

한·중·일 기록적 폭우 내려

중부지방서 사망·실종 속출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는 장마가 올여름 유독 길게 이어지는 원인과 관련해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 특히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큰 피해가 발생하면서 사망자와 실종자가 속출했다.

4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제주의 경우 지난 6월 10일부터 7월 28일까지 49일째 장마가 이어져 역대 가장 긴 기간을 기록했다. 남부지방도 6월 24일부터 7월 31일까지 38일간이나 장마가 지속됐다.

남부지방과 함께 장마가 시작된 중부지방의 경우 41일째 비가 계속 내리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역대 최장인 지난 2013년 49일의 기록을 돌파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장맛비는 국지적으로 강하게 내리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북태평양고기압이 7월 하순 본격적으로 확장하면서 정체전선이 우리나라로 북상했고 고기압 가장자리로부터 따뜻한 수증기가 다량유입되면서 강수구역이 동서로 길고 남북으로는 좁게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과 관련해 지구온난화의 ‘나비 효과’, ‘파생 효과’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6시부터 3일 오후 4시까지 서울·경기도에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우리나라 인근인 일본과 중국에도 물폭탄이 떨어졌다.

일본의 경우 지난달 초 규슈 지역에 기록적 폭우가 내렸고 이 비로 인해 70여명이 사망했다. 중국도 남부지역에서 두 달째 이어지는 홍수로 인해 수재민이 지난달 말 기준 5000만명을 넘어섰다. 중국에서 가장 긴 창장(양쯔강) 유역 홍수통제에 핵심역할을 하는 싼샤댐은 연일 높은 수위를 기록했고, 일각에선 댐 붕괴 우려까지 나왔다.

이처럼 올해 한·중·일에 내린 폭우는 북극과 러시아 북부 동시베리아에서 발생한 이상 고온 현상과 연관이 깊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북극 기온이 평년보다 크게 올라갔고, 일종의 ‘반사경’ 역할을 했던 빙하와 눈이 녹으면서 지면이 드러나 햇빛을 받아들이는 ‘흡수판’이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천지일보 연천=손정수 기자] 3일 새벽 3시간 동안 12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내리고 배수문제까지 겹쳐 침수됐던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차탄리의 배수 펌프장 근처 나무 가구점 앞마당이 흙으로 뒤덮혀 있다. ⓒ천지일보 2020.8.3
[천지일보 연천=손정수 기자] 3일 새벽 3시간 동안 12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내리고 배수문제까지 겹쳐 침수됐던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차탄리의 배수 펌프장 근처 나무 가구점 앞마당이 흙으로 뒤덮혀 있다. ⓒ천지일보 2020.8.3

또한 따뜻한 공기가 쌓이면서 공기층이 정체됐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이던 찬 기류가 남북으로 움직이며 한국·중국·일본으로 밀려왔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기상청 관계자도 “나비효과처럼 북극과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 비를 붓는 파생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원인으로 역대급의 기록적인 폭우가 우리나라 중부지방을 강타했고 그로 인해 피해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오전 10시 30분 기준 집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이후 집중호우로 모두 13명이 목숨을 잃었고 13명이 실종됐다. 부상자는 7명이다. 당초 실종자가 14명이었으나 전날 오후 충남 아산에서 맨홀에 빠져 실종된 50대 남성이 이날 오전 숨진 채 발견되면서 사망자가 1명 늘고, 실종자는 1명 감소했다.

전날 경기도 평택 공장을 비롯해 경기 가평 펜션엔 토사가 덮치면서 각각 3명씩 총 6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충북 진천에서는 화물차를 타고 있다 급류에 휩쓸린 60세 남성 등 실종자가 나왔다.

이재민의 경우 629세대 1025명으로 전날보다 100여명이나 증가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충북이 55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기 391명, 강원 70명, 서울 9명 등이다. 이재민 가운데 96세대 196명만 귀가했으며, 나머지 533세대 829명은 아직 친·인척집, 체육관, 경로당, 마을회관 등에 임시로 머물고 있다.

재산 피해의 경우 시설물 피해는 모두 2958건(사유시설 1483건, 공공시설 1475건)으로 보고됐다. 전날보다 527건이 추가됐다. 침수나 토사 유출 등 주택 피해는 815건이었고, 축사·창고 522건, 비닐하우스 146건 등으로 피해 현황이 집계됐다.

농경지 피해는 전날보다 2000여㏊ 증가한 5751㏊로 잠정 집계됐다. 구체적으로는 침수 4656㏊, 벼 쓰러짐(도복) 868㏊, 낙과 160㏊, 매몰 67㏊ 등으로 나타났다.

공공시설과 관련한 붕괴·파손·범람 등 피해의 경우 도로·교량 728건, 철도 등 403건, 산사태 224건, 하천 101건, 저수지 19건 등으로 나타났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기록적인 수도권 집중호우로 인해 한강 수위가 높아진 4일 오전 서울 반포대교 북단 아래 한강시민공원 일부가 흙탕물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20.8.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기록적인 수도권 집중호우로 인해 한강 수위가 높아진 4일 오전 서울 반포대교 북단 아래 한강시민공원 일부가 흙탕물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2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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