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CNN "장밋빛 메시지 날리며 주말마다 골프장행…위기대처 새접근법 징후 없어"

텍사스·플로리다 방문 관련 "엄청난 인파" 자랑하며 "바이든 지지자는 없어" 조롱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당국자들의 경고음이 커지는 가운데서도 정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한 대응 플랜을 갖고 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CNN방송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늑장 부실 대응으로 이미 도마 위에 올랐던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상황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정하지 않은 채 남 탓만 하며 제대로 된 위기관리 대응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이런 사이 그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CNN은 "최고위 정부 당국 전문가들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새 국면에 진입했다고 경고하고, 수백만 명의 어린이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며, 2분기 미 성장률이 -32.9%를 기록하며 휘청거리는 등 남은 몇 달간 끝없는 위기가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윗이나 날리며 주말마다 골프장에서 보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에도 코로나19에 대해 "우리는 그것을 끝낼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물리칠 것이다. 조만간 그럴 것"이라며 장밋빛 메시지를 내놨지만, 행정부 고위당국자들은 이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경고 메시지를 날리고 있다.

실제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은 전날 CNN 인터뷰에서 "우리가 오늘날 보는 것은 3월, 4월과는 다르다는 것을 매우 분명히 하고 싶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강도 높게 경고한 바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심하다"는 공개 비판 트윗으로 분을 삭이지 못한 상태이다.

CNN은 벅스 조정관이 그 이전에는 코로나19에 대한 적나라한 평가를 자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피해왔었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연방정부 차원의 추가 실업수당 연장을 위한 추가 부양안 협상도 교착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또한 전문가들이 여전히 몇개월 남은 일이라고 하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백신 개발에 대해 낙관적 언급을 이어가며 치료법의 향상과 인공호흡기 물량 대규모 확보 등에 대해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하루에 1천명 이상의 미국인이 죽어 나가는 끔찍한 팬데믹 통계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고, 초기부터 쭉 그랬듯이 행정부의 대응은 10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공중보건 위기를 물리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CNN은 위기 상황이 악화하고 있음에도 불구, 행정부가 새로운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는 징후나, 위기 대응을 위해 필요한 전국적인 대규모 검사와 추적 프로그램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벅스 조정관은 전날 코로나19가 남부 지역에서 창궐하기 시작했던 5∼6주 전 쯤 연방정부의 대응을 '리셋'(reset·재설정)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이 무렵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를 통해 "미국은 싸움에서 이길 것이며 2차 파도는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기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하거나 대처할 구상을 갖고 있기는커녕 지난 주말 동안 거짓말과 허위정보를 뿌리고 다녔다고 CNN은 보도했다. 심각한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대통령에게 기대되는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다시 한번 거부했다는 점만 부각된 셈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수가 많은 것은 미국이 검사를 많이 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거듭 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트윗을 통해 코로나19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자화자찬을 이어가는 한편 지난주 텍사스 및 플로리다 방문과 관련, "도로와 길 위에 환호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모였다. 수천 명이 나왔고 2016년 (대선) 당시의 인파보다 많았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지지자는 한명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일부 가짜 뉴스들은 같은 숫자라고 보도했다. 통탄할 일"이라며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조롱하면서 또다시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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