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천지일보 2019.10.1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천지일보 2019.10.17

대검서 열린 신임검사 신고식

“법 지배로 자유민주주의 실현”

“권력형 비리 당당히 맞서야”

“상급자에 적극 의견 개진하라”

“구속 절제가 인권 수사 요체”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신임검사들에게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윤 총장은 이날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 실현된다”며 “대의제와 다수결 원리에 따라 법이 제정되지만 일단 제정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하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의 이번 발언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시작해 검언유착 수사 관련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수사지휘권 갈등 등을 거치며 정치권으로부터 여러 압박을 느낀 소회를 풀어낸 것으로 해석되며 더욱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윤 총장 자신이 생각하는 ‘진짜 민주주의’ 이론을 설파한 것이 이목을 끈다.

또 윤 총장은 “검사가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설득”이라며 “여러분은 선배들의 지도를 받아 배우면서도 늘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개진하고 선배들의 의견도 경청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총장은 “여러분은 각자 담당하는 사건에서 주임검사로서 책임지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며 “선배들의 지도와 검찰의 결재 시스템은 명령과 복종이 아니라 설득과 소통의 과정”이라고 힘줘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신임 검사들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천지일보 2020.8.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신임 검사들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천지일보 2020.8.3

이어 “자신의 생각을 동료와 상급자에게 설득해 검찰 조직의 의사가 되게 하고, 법원을 설득하여 국가의 의사가 되게 하며, 그 과정에서 수사대상자와 국민을 설득해 공감과 보편적 정당성을 얻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선 추 장관과의 반복되는 충돌이 상급자에 대한 설득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해설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윤 총장의 자조가 담긴 것이 아니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올해 검경수사권조정과 검찰 직접수사 제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등 형사사법 제도에 큰 변화가 있는 점에 대해서도 윤 총장은 “여러분에게 제일 강조하고 싶은 두 가지는 불구속 수사 원칙의 철저 준수와 공판 중심의 수사구조 개편”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인신구속은 형사법의 정상적인 집행과 사회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극히 예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를 대단히 어렵게 하므로 절대적으로 자제돼야 한다. 방어권 보장과 구속의 절제가 인권 중심 수사의 요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속이 곧 범죄에 대한 처벌이자 수사의 성과라는 잘못된 인식을 걷어내야 하고, 검찰이 강제수사라는 무기를 이용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아울러 “수사는 소추와 재판의 준비 과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검사실의 업무시스템 역시 공판을 그 중심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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