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천지일보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천지일보DB

규제 이후 서울 아파트값 

올해 들어 가장 높게 올라

“월세, 이자보다 비용부담 ↑”

[천지일보=박수란 기자] 집값은 치솟고 전세 시장은 급격히 위축되고 있어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을 두고 연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6.17부동산대책에 이은 7.10대책이 오히려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 정부는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규제지역을 확대하는 등 고강도 부동산대책을 내놨지만, 무주택자들의 ‘지금 아니면 집을 살 수 없다’는 이른바 ‘패닉바잉’ 수요가 몰리면서 서울 아파트값은 뛰어올랐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7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1.12%로 올 들어 가장 높았다.

가격 상승에도 패닉바잉이 지속되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2006년 이후 최대 수준을 보였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지역 6월 아파트 거래량은 1만 5589건으로, 전월 대비 181.7%나 급증했다.

반면 전세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정부가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마련한 ‘임대차3법’을 발표하면서 오히려 임차인들의 한숨은 더 깊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7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을 보면 6304건으로, 시가 관련 통계를 제공한 201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도 전세 거래량이 4501건으로 감소해 2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임대차3법’으로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이 늘어나면서 전세는 씨가 마르고 ‘월세시대’에 돌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런 우려와 달리 여당 측에선 월세시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이 다가오며 이는 나쁜 현상이 아니다”며 “은행의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한 사람도 대출금의 이자를 은행에 월세로 지불하는 월세입자의 지위를 갖고 있으며 전세로 거주하는 분도 전세금의 금리에 해당하는 월세를 집주인에게 지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3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30

같은 당의 김태년 원내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에서 “선진국도 주거 안정을 위해 임대차 상한제, 보유세를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때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도 페이스북을 통해 “앞으로는 모두가 월세를 내는 나라가 되어가게 될 것”이라며 “월세 위주의 부동산 시장에서 주택 가격의 안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은 싸늘하다. 시중금리가 낮아 전세 보증금을 마련할 때 내는 이자가 월세를 내는 것보다 적어 세입자 입장에선 부담이 적은 데다, 계약이 끝나면 돌려받을 수 있는 전세금과 달리 월세는 ‘사라지는 돈’이기 때문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세를 원하는 사람들의 본질을 모르는 것 같다. 전세는 집이 없는 사람이 전세를 옮겨가며 목돈을 마련해 작은 집이라도 살 수 있도록 했던 것으로, 한국의 전형적인 주거형태였다”며 “하지만 월세로 전환되면 대출 이자보다도 주거비용(월세)이 커지게 돼 목돈을 모을 수도 없고 집사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정부와 여당이 말하는 ‘주거 안정’은 서민들이 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게 되는 셈이다.

온라인 게시판에도 “월세는 그냥 없어지는 돈인데 박봉에 월세까지…” “집 마련하려는 서민들이 매달 번 돈의 상당액을 월세로 지출해야 하니 저축은 못하고 허덕이며 살듯”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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