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국내 2, 3위 인터넷사업자인 다음커뮤니케이션[035720]과 SK커뮤니케이션즈[066270]가 전격적으로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NHN[035420]이 자회사인 NHN비즈니스플랫폼(NBP)을 통해 검색광고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는 가운데 다음과 SK컴즈는 각각 장점을 갖고 있는 서비스를 맞바꾸고 공동 광고 영업에 나섬으로써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API 연동…오픈 지향 = 14일 다음과 SK컴즈가 맺은 포괄적 업무제휴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양측은 크게 서비스 연동과 광고 공동 판매 부문에서 협력에 나선다.

우선 서비스 연동은 상호 응용프로그래밍개발환경(API)을 공개해 양측의 서비스 연동을 수월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SK컴즈와 다음이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를 연동하면 각각의 서비스를 따로 로그인하지 않아도 양사의 서비스를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다.

SK컴즈는 3천300만명에 이르는 네이트온과 싸이월드, C로그 회원을 바탕으로 SNS에서는 국내 최고를 자랑한다.

반면 다음은 SNS 부문은 약하지만 한메일과 블로그, 아고라 등의 서비스에서는 국내 최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양측이 강점을 갖고 있는 서비스를 연동,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면 윈-윈할 수 있다는 것이 양측의 판단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다음 카페나 블로그, 요즘에 올라온 글을 다음이 아닌 네이트온 메신저를 통해 확인할 수 있고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라온 새 글과 사진 등을 다음에서 찾아볼 수 있게 돼 서비스 이용이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 포털업체는 이용자들을 자사 서비스 안으로만 가두는 행태여서 유연성을 잃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중소 개발사나 개인 개발자들을 위해 일부 API를 개방한 선례는 있었지만 '빅3' 중 2개 업체가 서로의 서비스 빗장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국내 포털이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자사 가입자를 묶어두려는 전략을 펼쳤다면, SK컴즈와 다음의 전략적 제휴는 이용자들의 서비스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SK컴즈 관계자는 "적극적인 API 상호 공개와 오픈 API 정책을 통해 개별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들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서비스 정책이 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색광고 NBP 독주 막는다 = 이번 제휴를 통해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문은 양사가 핵심 수익사업인 광고 비즈니스에서도 공동 판매 및 운영에 나선다는 점이다.

현재 다음과 네이트에서 '꽃배달'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화면 최상단에는 오버추어가 광고 영업을 대행하는 스폰서 링크가 뜨고 그 아래 두 번째와 세 번째 영역에는 자체 광고 영역이 나타난다.

이번 제휴로 다음의 검색광고 세 번째 영역을 정액과금방식(CPT)으로 SK컴즈가 운영하고, 다음은 SK컴즈의 검색광고 두 번째 영역을 클릭당 과금방식(CPC)으로 맡은 뒤 수익은 일정 비율에 따라 배분한다.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네이트나 다음 어디에서 검색해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양측이 포털의 핵심 수익사업인 광고 비즈니스에서 공동 영업에 나선 것은 NBP 출범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NHN이 올해부터 검색광고 대행사인 오버추어와 결별하고 독자노선을 선언하면서 검색광고 시장은 NHN과 비NHN의 대립구도가 형성돼 왔다.

70%에 이르는 검색 점유율을 앞세운 네이버에 광고를 싣기 위해서는 NBP를 통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다음과 네이트가 개별 영업을 고집할 경우 광고주 유치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 오버추어와 결별한 뒤 네이버의 광고주는 28%가 늘어난 반면 오버추어의 광고주는 20% 정도 감소해 NBP로 광고주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NBP는 경쟁사인 다음과 네이트에도 광고영업 대행을 제안하기도 했다.

NBP가 지난해부터 수백명 이상의 인력을 확충한 상황에서 네이트와 다음이 독자 광고 영업을 계속할 경우 결국 NBP로 시장 쏠림이 가속화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네이트와 다음이 각기 정액제(CPM) 방식과 종량제(CPC) 방식으로 분업하기로 하면서 적은 영업인력과 노력으로 효과적인 광고 영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광고주 입장에서도 네이버에 비해 비교적 단가가 싼 다음과 네이트에 함께 광고를 실을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제휴로 다음과 네이트가 국내 검색광고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네이버에 대해 의미 있는 대항마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