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게 요구했다.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인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재협의하기 위해 인수계약 종결기간을 연장하자고 했다. (출처: 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게 요구했다.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인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재협의하기 위해 인수계약 종결기간을 연장하자고 했다. (출처: 연합뉴스)

채권단, HDC현산에 “재실사 기간 단축” 역제안 검토

금호-현산 입장 첨예하게 엇갈려… 커지는 노딜 가능성

매각 무산시 플랜B로 아시아나항공 국유화 가능성 제기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항공업계 ‘빅딜’인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이번 주에 분수령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12주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구에 실사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이번 주 M&A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30일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과 관련해 “다음 주 중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채권단이 입장을 표명하기 전 이동걸 회장과 정몽규 회장이 다시 만나 최종 담판을 지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들은 지난 6월 한 차례 만난 바 있다. 그동안 정 회장은 이 회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인수 성사에 힘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 회장은 현산 측이 12주로 제시한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시아나항공 주체인 현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인수가 무산될 경우 현산이 재실사 거부를 계약파기의 책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은 현산이 지난달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12주간 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난기류에 부딪혔다.

현산 측은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 상황이 악화됐고, 지난해 12월 계약 당시와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을 재실사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후 인수 주체인 현산과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이 지난달 30일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구에 대한 입장차를 드러내며 날선 공방전을 벌였다.

현산은 지난달 26일과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금호아시아나 측의 일방적 거래종결 절차 강행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8월 중 재실사 개시를 촉구했다.

금호산업은 그간의 침묵을 깨고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산이 마치 충분한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거래 종결을 회피하면서 책임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전가하고 있다”며 “진정성 있는 자세로 거래 종결을 위한 절차에 협조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금호산업은 현산의 재실사 요구에 대해 “이미 영업·재무 상태 등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다”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이에 현산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이미 선행조건 미충족 등 인수계약을 위반했다”며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 반환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성공적인 거래종결을 위해 재실사를 진정으로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사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서 계약 성사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미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건이 무산된 데다 업황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현산의 인수의지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인수를 전제로 한 재실사가 아닌 현산이 재실사 결과를 인수 발빼기용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차례 요구한 대면 협상을 현산이 받아들이지 않고 금호 측과 자료 공방만 벌이는 점도 채권단이 인수 진정성을 의심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불발되면 다른 인수주체가 마땅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채권단은 우여곡절이 있더라도 현산이 인수하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채권단의 재실사 기간 단축 카드는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매각 작업이 무산될 경우 채권단이 플랜B로 아시아나항공의 국유화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아시아나 영구채 8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36.9%의 지분을 확보하게 돼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로 등극할 수 있다. 이에 채권단이 아시아나 항공을 일단 채권단 관리체제로 둔 뒤, 업황이 개선될 경우 재매각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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